정규교육 과정에서만 만났던 철학자들을 다시 소환해 보고 현대철학을 이끄는 뉴페이스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펼쳐든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아닌게 아니라 그리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단히 요약해 놓았다는 점이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제대로 알았다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느낌을 남기는 책이다. 제목처럼 하룻밤에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량으로 서양철학의 계보를 개괄하고 있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고대와 중세부터 근대와 현대에 이르는 많은 철학자들을 금세 만나볼 수 있다.
책은 시대별로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철학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1장 사색하는 사람의 기원'에서는 고대와 중세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예수 그리스도,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를 다루고 있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2장 신을 파헤치는 사람들'에서는 방밥적 회의론자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유명한 데카르트, 범신론자인 스피노자, 이성이 아닌 개인의 감각과 경험을 통한 인식에 중점을 둔 경험론의 로크, 버클리, 흄, 합리론과 경험론을 넘어선 비판철학의 칸트, 변증법의 헤겔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가장 낯선 현대 사상가들이 '3장 인간에게 존재를 묻다'에서 등장한다. 근대 사상의 거인 헤겔을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현대 사상. '죽음에 이르는 병'인 절망이라는 질병을 통해 실존주의를 이야기하는 키르케고르, 최고의 가치로서 신을 대신할 초인의 출현을 기대한 니체, 인간의 잠재의식에 노크를 한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 눈 앞의 현상을 의식의 환원을 통해 그 본질을 인식하는 현상학의 후설, 근대적 세계관을 버리고 이미 세계 안에 자신이 있음을 발견하고자 한 하이데거, 본질을 앞서는 실존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실존주의자 사르트르, 후설의 초월론적 주관성을 상호주관성으로 확장시킨 메를로퐁티, 언어를 기호화하여 논리적으로 과거의 철학을 분석하고 비판한 비트겐슈타인, 언어와 언어의 관계를 분석하여 세계의 구조를 알고자 한 구조주의자 소쉬르와 레비스트로스, 사적유물론의 마르크스, 마르크스주의에 정신분석의 충층적 결정 개념을 적용해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의 깊은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구조라고 본 알튀세르, 우리 내면에 각인된 에크리튀르와 외부에 쓰인 에크리튀르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탈구축을 이야기한 후기구조주의자 데리다, 욕망하는 기계인 인간에게 노마드적인 도주를 권하는 들뢰즈, 기호론의 시조인 퍼스, 실험적 효과를 중시하는 퍼스의 프래그머티즘을 개인의 심리적 영역에서 얻어진 특수한 경험에 적용시켜 '믿는 의지'를 강조한 제임스, 과학이 '사실 판단'을 윤리학이나 미학이 '가치 판단'을 각각 다루며 가치가 먼저 존재한다는 고전 철학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가치 판단은 사실 판단으로부터 도출된다는 듀이, 진리란 어딘가에 최종적인 근거를 갖는 게 아니라 당장의 신념에 의해 지탱되며 항상 개혁의 가능성을 남기는 일종의 착각이라 말한 로티에 이르기까지 책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 서양철학의 주역들과의 데이트까지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