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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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하면 내게는 달의 작곡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드뷔시의 '달빛'은 들어봤을 것이다.

마치 달이 뜬 밤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그래서 누군가는 귀로 듣는 회화라고 했단다.

그런 드뷔시의 이름을 전면에 들고 나온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안녕, 드뷔시>

드뷔시의 음악이 귀로 듣는 회화라면 시치리의 이 작품은 눈으로 읽는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시치리의 문장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 머릿속에서 춤을 추는 것만 같은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에 닥쳐 온 불행은 어쩌면 그래서 더 대조적으로 비참하고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꿈꾸기 좋은 열다섯 살의 소녀에게 일어난 엄청난 사건.

인생의 대재앙 같은 화재로 생명도 피아니스트라는 꿈도 잃을 뻔한 열다섯 소녀가 엄청난 유산 상속 그리고 화재로 인한 장애 때문에 또다시 생명과 꿈을 위협받는다. 죽은 할아버지의 유산은 덫이 되어 남은 가족들 사이에 불화의 씨가 되고, 계속해서 자신을 타깃으로 한 사고 발생 그러다 마침내 어머니가 죽게 되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에 치다른다. 과연 소녀는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꿈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누군가인 범인의 정체는?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소설이면서 마지막의 반전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확인하게 만드는 소설!

단지 음악 미스터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음악을 이야기하고 있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포함시킬 수는 있어도

음악보다 아름답고 미스터리보다 더 신비로운 사람의 용기와 희망에 공명하게 하는 소설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장애로 사람들의 시선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해나가는 소녀의 마음을 어쩌면 이리 잘 표현해 놓았는지 소녀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인 신체적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인간이며

사실 보다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정신적으로 불안전한 장애의 바운더리에서 넘나들며 언제든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연약한 존재들이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그런 우리 모두의 손을 잡아주는 소설이 바로 <안녕, 드뷔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은 손녀에게 전하는 나약하지만 강할 수도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소설 초반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피아노를 치는 소녀의 손끝을 거쳐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너는 비뚤어질 만한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끝까지 불행에 끌려다니지 말거라. 두 다리고 서서 앞을 보거라. 슬플 때는 울어도 된다. 분할 때는 이를 갈아도 상관없어. 다만 네 불행이나 주위 환경을 실패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눈앞을 가로막고 선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면 안 된다.(50쪽)"

그리고 이 말은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가 전하고픈 바로 그 이야기이기도 하다.

<안녕, 드뷔시>는 시치리 작가님을 처음 만난 '안녕, 나카야마 시치리'이기도 해서 그런지 내게 이 말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에 대한 첫인상이 되었다. 이번에 새 옷을 입고 10년만에 <안녕, 드뷔시> 다시 안녕!할 수 있어 반가웠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내가 더 성장했기 때문인지 10년 전 느꼈던 그때의 감동의 진폭 역시 더 넓고 깊어졌다. 시치리 작가님이 건네는 안녕!이라는 인사가 당신의 마음에도 음악처럼 울려퍼지길 바라본다. 이야기와 음악의 힘을 믿는 이가 써내려가고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분명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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