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넘기는 순간 작가님의 어린 시절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아 내 손바닥은 설렘과 기대로 살짝 촉촉해졌다.
이 책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의 일부를 그곳에서 보내다 전후 일본으로 돌아와 소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된 학창시절에 이르기까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난한 시절 탓에 어린 동생과 오빠를 어린 나이에 잃은 아픈 경험, 친구들의 시기와 괴롭힘 당한 일, 로맨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년 시절의 남자 사람 친구와의 대결 구도, 유난히 어른스러웠던 동급생에 대한 기억, 열한 살 첫 사랑 앓이, 유리 브로치를 훔치고서 마음 졸였던 일,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도 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며 울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들, 어른들의 거짓 냄새를 맡기도 하고, 솔직한 성격 탓에 따돌림받기도 하고, 좋아하는 남자 아이의 이름을 적어보고, 끊임없이 짝사랑을 거듭하고, 손님 접대가 어색해 숨어버리고, 나를 싫어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던 시절, 명곡과 재즈가 흐르는 두 음악다방에 대한 추억, 귀신이 나오던 숙모네 집에 대한 이야기 등 이 모든 일들이 한 사람의 유년과 학창시절을 이루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읽고 있는 나도 어느새 엄마와 싸운 사노가 되었다가, 댄스홀에서 벌쭘하게 서 있는 여대생 사노가 되었다가 하는 경험을 하는 동시에 내 기억 속 어린 시절의 내가 겹쳐지는 부분을 발견하고는 나는 이런 기억이, 저런 추억이, 그런 일들이 있었지하며 어느새 나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하나씩 꺼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