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넥서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면서 알게 된 사노 요코 작가님.

내게는 그림책 작가님으로 먼저 기억되지만 꽤 많은 에세이를 쓴 에세이스트이기도 하시다.

그런 사노 요코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편린을 담은 에세이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작가님의 어린 시절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아 내 손바닥은 설렘과 기대로 살짝 촉촉해졌다.

이 책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의 일부를 그곳에서 보내다 전후 일본으로 돌아와 소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된 학창시절에 이르기까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난한 시절 탓에 어린 동생과 오빠를 어린 나이에 잃은 아픈 경험, 친구들의 시기와 괴롭힘 당한 일, 로맨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년 시절의 남자 사람 친구와의 대결 구도, 유난히 어른스러웠던 동급생에 대한 기억, 열한 살 첫 사랑 앓이, 유리 브로치를 훔치고서 마음 졸였던 일,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도 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며 울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들, 어른들의 거짓 냄새를 맡기도 하고, 솔직한 성격 탓에 따돌림받기도 하고, 좋아하는 남자 아이의 이름을 적어보고, 끊임없이 짝사랑을 거듭하고, 손님 접대가 어색해 숨어버리고, 나를 싫어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던 시절, 명곡과 재즈가 흐르는 두 음악다방에 대한 추억, 귀신이 나오던 숙모네 집에 대한 이야기 등 이 모든 일들이 한 사람의 유년과 학창시절을 이루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읽고 있는 나도 어느새 엄마와 싸운 사노가 되었다가, 댄스홀에서 벌쭘하게 서 있는 여대생 사노가 되었다가 하는 경험을 하는 동시에 내 기억 속 어린 시절의 내가 겹쳐지는 부분을 발견하고는 나는 이런 기억이, 저런 추억이, 그런 일들이 있었지하며 어느새 나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하나씩 꺼내고 있었다.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반드시 한때는 머무는 그 어린 시절을 모두가 마음에 담아두고 나이를 먹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없이 어린 시절의 내 본질에 가까이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71쪽)'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우리의 가장 밑바닥에는 어린 시절의 우리가 살아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게 싫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던, 그 시절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96쪽)'라는 말에서 우리가 그때의 자신을 잊고 사는 이유를 찾았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함께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 역시 마지막 장을 넘기며 발견했다.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는 그 시절 그 때의 어린 아이가 보낸 하루 하루일지도 모르는 날들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하나 하나 모두가 소중한 하루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숨기도 하고, 때로는 용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편없다가도 때로는 통쾌한 그때의 기억과 그때의 어리고 젊은 나의 이야기들인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서툴고 거친 그리고 꾸밈없고 솔직했던 그때의 기쁨과 슬픔으로 반짝거렸던 내가 그리워질 것이다.

모든 것이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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