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탄생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
캐스린 하쿠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최초의 과학소설이자 최초의 공포영화에 영감을 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초판이 출간된 지 약 20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작품 그 자체로 그리고 대중문화에 미치고 있는 그 영향력이 대단한 작품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기까지의 그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품 안에 들어 있는 과학과 사상 그리고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괴물의 탄생>을 만났다.

<괴물의 탄생>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착상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작품을 쓰게 된 시작까지를 2부 창조에서는 작품의 주인공인 빅터가 괴물을 창조하는 작품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를 마지막 3부 탄생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마지막과 메리의 죽음까지의 생을 다룬다.

1부에서는 작가인 메리 셸리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 영향을 미친 부모님, 교류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녀가 살아간 시대와 사회상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된 배경이 나온다.

급진적 페미니스트인 어머니의 명성을 우상화했으며 끝까지 반목했던 새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남편 퍼시와의 만남과 결혼까지 19세기라는 계몽주의 시대를 통과하며 여성으로서 그녀의 삶이 서술되어 있어 인간 메리 셸리를 우선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집안의 반대로 퍼시와 이복동생 클레어를 동반한 가출 여행은 나주에 작품의 배경에 많은 소재를 제공한다.

1816년 빌라 디오다티에 모인 셸리 부부와 시인 바이런, 존 폴리도리는 바이런이 제안한 '유령 이야기'를 쓰는 경연을 하게 되는데, 재미있게도 메리가 지어낸 [프랑켄슈타인]은 초자연적이거나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과학소설로의 정당성을 갖춘 작품이 된다. 더불어 존 폴리도리는 [뱀파이어]를 만들어내게 되니 바이런의 제안 덕에 우리는 두 개의 엄청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2부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빅터가 메리의 남편인 퍼시를 비롯한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려주면서 당시 과학을 집약적으로 설명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기율표의 최초 모델을 만든 라부아지에와 닮은 빅터의 스승 크렘페 교수, 화학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데이비는 빅터와 발트만 교수에게서 그 모습이 발견된다. 그리고 빅터의 일부를 담당한 당대 최고 유명 해부학자인 존 헌터(휴 로프팅의 [둘리틀 박사]라는 캐릭터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의 주인공 그리고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빅터가 해부학과 더불어 발전한 보존학 그리고 생리학과 관련해 얻은 지식으로 자신의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사체의 각 부위를 모으고 이를 조립하기 위한 이식과 수혈, 인공부속품의 사용과 관련한 내용, 창조물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이용한 전기과학까지 섭렵한 것을 보면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말 그대로 당대의 과학자들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다.

마지막 3부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의 탄생 이후 메리의 생애와 작품 속 빅터와 그의 창조물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프랑켄슈타인]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의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덧붙이고 있다.

<괴물의 탄생>을 보고나니 내가 읽은 [프랑켄슈타인]은 반쪽짜리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818년 원본과 1831년 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 그리고 둘 사이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남편인 퍼시의 영향을 걷어내고 불완전한 내용을 보충한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역시도 어쩌면 <괴물의 탄생> 전과 후의 [프랑켄슈타인] 이렇게 둘로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물의 탄생> 자체가 갖는 매력과 그 영향력도 상당하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못지 않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괴물의 탄생>은 작품에 숨어 있는 과학들을 마치 숨은그림 찾는 것처럼 하나씩 밝혀준다. 메리는 비록 세 차례나 아이를 잃지만 그녀의 또 다른 아이인 [프랑켄슈타인]은 문화의 각 영역에서 여전히 계속해서 아이를 양산하고 있다. 이 사실은 빅터가 인류에 위협을 가할 것을 걱정하고 두번째 창조물을 죽여버린 것과는 대조적이면서 유전학의 변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하다. 과학소설이라는 장르의 시발점이기도 한 [프랑켄슈타인]은 자연발생이라는 과학철학이 생명의 탄생에 대한 인간들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처럼 이 작품도 끊임없이 논의되어 오는 바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생명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도 굉장히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괴물의 탄생>을 읽는 과정은 마치 [프랑켄슈타인]을 해부하는 동시에 죽음에서 시작되는 생명과 관계된 화학, 의학, 생화학, 전기, 신경학에 걸친 다양한 인물들과 실험들이 어떻게 프랑켄슈타인에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켜 작품이 탄생된 그 시대를 만나는 것 같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 안에 그야말로 한 시대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괴물의 탄생>. 어쩌면 이야기라는 괴물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모아지고 골격을 갖추고 연결이 되어 하나의 창조물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괴물의 탄생>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관통하는 과학이야기를 훌륭하게 이식하고 접합한 캐스린 하쿠프라는 집도의 손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이야기의 탄생을 목도하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