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쓰기에 대한 방법과 글쓰기라는 철학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의 글 쓰기는 글 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넘어서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을 산다는 것이 글을 쓴다는 것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다음 구절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17쪽)
-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20쪽)
-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171쪽)
- 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이다. 당신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당신과 그 화제와의 관계를 발견하기를 원한다.(165쪽)
-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201쪽)
그녀가 이렇게 글쓰기를 인생 그 자체로 대하게 된 데에는
불교의 '선(禪)' 사상이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녀가 제시하는 글쓰기의 철학과 방법론에 뿌리내린 모습을
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낯섦보다는 하나의 사상과 철학으로 글쓰기에 접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에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31쪽)
- 글이 글을 쓰도록 하라. 당신은 사라진다. 당신은 그저 당신 속에서 흐르고 있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고 있을 뿐이다. (92쪽)
- 우리가 글쓰는 방법을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탐욕과 질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경탄하고 애착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138쪽)
- 우리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얀 종이는 앞에 있는데 마음은 불확실하고, 사고는 연약하기만 하고, 감각은 무디고 둔하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조절력을 잃어버린 글쓰기, 결과물이 어디서 나올지 확실치 않은 글쓰기는 무지와 암흑 속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과 정면으로 부딪칠 때, 이러한 무지와 암흑의 장소에서 출발한 글쓰기가 결국에는 우리를 깨우쳐 주며,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게 만든다. (178쪽)
- 우리는 모두 전체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우리를 통해서 글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7쪽)
글을 쓰기 위한 첫마음, 필기구와 같은 연장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장소와 시간 등과 같은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비평과 자기검열에 대한 태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와 같은 내외부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녀의 바람대로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더라도 상관없으며 모든 것이 유동적으로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방법과 내용들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들어 있다.
-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67쪽)
- 작가가 쓰는 글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들이며,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가 되려는 당신은 알고 있는가? 덧없이 지나가 버리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임무이다. (89쪽)
-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142쪽)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가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쓰기를 단순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생각해 오던 나에게
그 정의와 의미를 확장시켜 주었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넘어서 글쓰기가 삶으로 들어오고,
삶이 글쓰기를 통해 발현되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내 인생과 내 글을 바라보는 안목에 대해 돌아보고 공정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갖게 되었고,
두렵지만 써야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뼛속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살고 싶다면, 살아야 한다면 써야 한다.
글 쓰기를 넘어서 삶에 대한 진실과 비밀을 알려주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모두에게 일단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