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Studioplus
남윤잎 지음 / 시공주니어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집 정류장에 들러준 그림책 <버스 안>

출발하기 전에 얼른 올라 타 보겠습니다.

인상 좋은 기사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뒷자리를 좋아하는 나는 버스 안으로 깊숙이 더 들어갑니다.


등산 다녀오시는 할아버지, 불편한 높은 구두를 벗어 부은 발을 살짝 얹고 버스에 기댄 지쳐 보이는 아가씨,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아마도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을 것 같은 선한 얼굴의 청년,

떡볶이를 먹고 가자며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는 여고생들, 버스에 타서 신이 난 아이들을 챙기는 엄마,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시청하는 아저씨, 버스 안에서조차 공부하다 지쳐 졸고 있는 여학생,

시장에 다녀오시는 아주머니, 목적지에 도착해서 단말기에 버스카드를 대고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

집에서 기다릴 가족에게 줄 먹거리를 사들고 문자를 보내는 누군가의 아버지,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는 아마도 여대생,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 인사를 나누는 아주머니들, 피로에 지쳐 꾸벅꾸벅 졸면서 코까지 고는 회사원들, 깨가 쏟아지는 연인,

오늘 하루가 괜찮았다 생각하는 누군가와 오늘 하루가 꼬였다고 생각하는 누군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 바라 본 버스 안의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의 하루가 어땠는지 생각해 봅니다.

모두 제각각의 하루를 보냈지만 이제 이들이 하나 같이 향하고 있는 곳은

힘들었던 하루를 보낸 자신을 쉬게 하고 누울 수 있는 집.

버스는 우리를 그렇게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 줍니다.


버스에서 내립니다.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버스 안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에 잘 도착하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를 싣고

달리는 버스를 타게 될지 기대하며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봅니다.

그림책 <버스>의 그 다음 책 그러니깐 속편 <버스 안>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속을 들여다 보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버스>가 이동수단인 버스의 안과 밖에서

버스를 바라보며 버스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버스 안>은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달립니다.

<버스>는 안과 밖, 위와 아래 등 여러 방향에서 버스를 조명해

시선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는 재미가 묘미였다면,

<버스 안>은 종이에 구멍을 내는 천공법을 사용해 각 장의 사람들이 겹치면서

버스의 가장 뒷쪽 마지막 장까지 깊이감이 더해져

입체감과 원근감이 가득한 책이 되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버스 안으로 들어가며

한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모두 만나게 되는데

앞 장에는 얼굴표정과 모습이, 뒷 장에는 그 사람의 대화나 마음 속 말이 적혀 있어

앞 장에서 표정과 모습을 보며 마음 속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한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기게 됩니다.

우리가 버스를 타면 만나게 되는 주변의 흔한 사람들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낸 하루는 그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개별적일 것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남윤잎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머물렀다가

이렇게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나왔구나 싶어 <버스 안>이 더욱 특별하게 보입니다.

이제 버스를 볼 때마다, 버스를 탈 때마다

<버스><버스 안>을 생각하게 될 겁니다.

또한 버릇처럼 온기 가득한 마음의 눈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의 하루를 상상했을 작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버스 안에 함께 탄 이들의 하루를 상상해 볼 겁니다.

앞으로 버스를 타는 일이 더 즐겁고 설렐 것 같네요.

흘러가는 버스 밖의 풍경과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타는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버스 안의 풍경이

모두 전과 다르게 보일 테니까요.

'버스'와 '버스 안'의 사람들이 특별해지는 그림책 <버스 안>

어서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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