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재이가 전학을 오면서 미숙이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생기며 학교는 견딜만 해지는데,
동시에 유일했던 친구 재이 때문에 학교를 떠나게 되기도 한다.
자신과 달리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재이로 인해 미숙이는 집과 학교 밖 세계로
한 발 내딛을 수 있게 되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공모전에서 상을 탄 재이와 싸우고
학교와 재이로부터 독립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취직하고,
미숙이는 그렇게 차근차근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나간다.
혈액암으로 아버지를 잃고 뒤어어 언니 역시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를 동경했던 그리고 원망했던 언니는 죽음까지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을 보내고 미숙은 앞으로 나아간다.
미숙아!
누군가의 이름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내 이름이고 우리의 이름이다.
인간은 모든 면에서 미숙한 존재라는 사실이 <올해의 미숙>에서 장미숙의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을 따라 오롯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친구의 가난에 공감하지 못하고 친구의 재능이 못마땅한 그래서 그런 친구를 '미숙아'라 부르며
놀리는 철들지 못한 미숙한 아이들이 등장하고, 관심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미숙한 또 다른 아이도 등장하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미숙한 두 사람이 등장하고,
꿈을 쫓느라 가족을 힘들게 하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미숙한 어른이 등장하고,
반대로 가난과 책임에 묶여버린 미숙한 어른도 등장하고
그야말로 모든 미숙한 사람들의 이야기 <올해의 미숙>
자신의 미숙함에, 타인의 미숙함에 그리고 그 관계들의 미숙함으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주는 미숙한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책이다.
그럼에도 그 상처들을 보듬고 저 앞으로 걸어가는 장미숙.
'미숙아'라는 명찰이 떨어질 때까지 타박타박 걸어가는 장미숙.
그렇기에 그녀는 올해의 인물이자 올해의 미숙인 것이다.
별다른 말없이 가만히 돌아선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 내가 있고 당신이 있다.
우리 모두는 '미숙아'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운명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미숙함에 상처 받을 때마다 이쪽을 향한 미숙의 시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