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무서운 예지몽을 꾼 파이버와 그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사촌형제인 헤이즐은
샌들포드 마을의 족장을 찾아가 경고를 하지만 무시당한다.
파이버와 헤이즐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마을을 떠나고
수많은 적들의 위험을 피해 간신히 카우슬립 마을에 도착한다.
위험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갖춰진 어찌 보면 천국 같은 곳이었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진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한 이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을
카우슬립에서 보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우리의 전사, 빅윅을 덫에 잃을 뻔하지만 가까스로 탈출해 다시 힘든 여정에 오르는 토끼들.
카우슬립의 마수에서 풀려난 스트로베리의 합류로 이제 12마리가 된 헤이즐 일행은
드디어 워터십 다운에 도착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샌들포드 마을에서 겨우 살아나온 홀리와 블루벨을 만나
파이버의 꿈이 얼마나 끔찍하게 샌들포드를 찾아왔는지 듣게 되고
모두 그곳을 떠나온 것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음을 확신하고
고향을 잃고 동료들을 읽은 것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렇지만 새로 찾은 그들의 새 보금자리인 워터십 다운을 열심히 꾸리며
들쥐를 구해주기도 하고 날개를 다친 갈매기 키하르와 친구가 된다.
토끼들에게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퀘스트가 주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번식!
그들에게는 새끼를 낳아줄 암토끼가 단 한 마리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갈매기 키하르의 도움으로 암토끼를 찾아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토끼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농장의 길들여진 암토끼와 더 멀리 떨어진 독재자 운드워트 장군이 다스리는 에프라파에서 암토끼를 데려오는 미션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과연 토끼들은 암토끼들을 워터십 다운으로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까?
이 토끼들의 숨막히는 투쟁과 추격전은 직접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워터십 다운>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이야기다.
사람들에 의해 토끼 마을이 파괴될 거라는 파이버의 꿈에서 시작된 토끼들의 여행.
그 여행의 과정은 신나는 모험이라기보다는 위험과 고통으로 가득한 생생한 삶의 투쟁에 가까워
어째서 토끼였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미리 읽기라도 한 듯 책 속에 그 답을 끼워놓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록클리 씨 말에 따르면 토끼는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재난에 굴하지 않고 공포와 상실감에서 벗어나 생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굳건한 능력도 분명 그 중 한 가지다. 토끼한테는 딱히 냉혹하다거나 무정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오히려 축복이라 할 만한 제한된 상상력과 '삶이란 현재'라는 직감이다.(277쪽)"
토끼들이 지나쳐 온 마을의 모습들 역시 하나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계급 사회인 샌들포드, 진실을 은폐하는 퇴폐적인 사회인 카우슬립, 자유가 없는 에프라파.
모두 어딘가에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바꾸지 않으면 여기서 오래 버티지 못 해.(232쪽)"라는 블랙베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토끼들이 맞닥뜨린 세상이 바로 내가 마주한 현실의 이곳의 모습이기에 그럴 것이다.
토끼들은 각자의 모습대로 평화롭게 살아갈 희망을 안고 모험을 떠나고
마침내 워터십 다운에 다다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고 끝이 아니다.
시종일관 이들을 이끌어 준 포용력 있는 족장 헤이즐, 통찰력을 보여주는 파이버, 힘과 용기가 넘치는 빅윅,
재치있는 블랙베리, 이야기꾼 댄더라이언 등 토끼 한 마리 한 마리가 가진 개성과 이들이 보여주는 관계의 힘은
이들을 모두가 꿈꾸는 사회로 이끌어 주면서 동시에 이 작품을 더 없이 단단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준다.
또 하나 <워터십 다운>이 인상적인 것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토끼들의 신화.
신 프리스와 영웅 엘-어라이라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가 갖는 힘과 역할을 보여주며
다시 외연의 토끼들의 모험 이야기가 갖는 힘과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역시 없어서는 안 될 힘 있는 그 무엇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마저도 그 자체로 훌륭한 하나의 이야기로 매력이 넘친다.
이 작품에서 놓쳐서는 안 될 매력 포인트!
사람이 쓴 토끼가 나오는 판타지라고만 생각하고 집어들었던 <워터십 다운>은
그냥 단순한 동물 판타지가 아니었다.
정말 가장 토끼다운 토끼들이 각자의 개성과 그 생명력을 뿜어내며
'삶이란 현재'를 살아나가는 우리에게
사람다움과 사람답게 살아감에 대해 생각해 보라며
수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꾀 많고 지혜로운 토끼들이 보여주는 삶의 적응기에 아니 투쟁기에
모두들 두 귀를 쫑긋하고 듣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행여 숲에서 '실플레이' 중인 토끼를 만난다면 '밥스톤스' 한 판 하자고 말을 건네고 싶다.
<워터십 다운>을 읽다보면 토끼 언어는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덤까지 있으니 놓치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