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다른 날이 되었습니다.
다른 날과 똑같은 그냥 평범한 날 같았어요.
조지는 일어나서 욕실에 갑니다.
그런데 조지에게 또 사건이 일어나지요.
무슨 일인지는 말 안 해도 다 아시리라 믿어요. ^^
내 안의 시커먼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이 불편한 우리 모두에게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가 건네는 메세지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네요.
조지의 그림자는 그야말로 갑.툭.튀!
우리의 또 다른 자아도 예고없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등장 이유를 들어보니 허기 때문이랍니다.
현실의 나, 현재의 내가 그 녀석을 배고프게 만든 거죠.
그렇게 등장한 또 다른 나는 이제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고
이것은 나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나는 또 다른 나를 없애고 싶어하겠죠?
그런데 그 어떤 방법으로도 또 다른 나는 사라지지 않아요.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에서는 웃음이 나는 방법들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자, 이제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거죠.
받아들이고 나니 지금의 내가 이전에 할 수 없던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다른 내 자아가 가진 속성이 그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거죠.
다른 내 모습을 인정하면서 나는 더 많은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허기를 채운 또 다른 검은 그림자는 돌연 사라집니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나는 또 다른 나를 잃은 상실감에 외롭기도 하고,
어쩌면 자신감도 살짝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원래의 나는 금세 본연의 나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겠죠.
이번에는 이 녀석과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가만 보니 처음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나와의 만남에 당황하고,
익숙하지 않은 내 모습에 불편하고 짜증이 나니,
이를 해결해 보려고 나를 괴롭히다
어느새 새로운 내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지만
익숙해질 어느 즈음에 사라진 나에 대한 상실감과 아쉬움, 그리움을 느끼는
일련의 감정의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이자 여정이 그려집니다.
마지막 두 장면에서는
이 감정의 단계들이 하나의 싸이클이 되어 반복된다는 사실과
한결 편안해 보이는 조지 씨와 그림자 조지 그리고 멍멍이와 그림자 멍멍이의 모습을 통해
낯선 나를 만나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 하는 안도감을 전해주며 끝을 맺습니다.
<조지와 제멋대로 그림자>는 다비드 칼리의 이처럼 멋진 이야기에
세르주 블로크의 익살스러움이 살아있는 그림이 함께 하면서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내용에 살짝 따스한 공기를 불어 넣어
풍선처럼 가볍게 띄워줘 입체감있는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라는 두 작가가
마치 조지와 그림자처럼 함께 아주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내었네요.
두 사람의 공동작업이란 점도 참 의미있게 다가오는 그림책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갑자기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조지 씨처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함께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봅니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새로운 내가 나타났다 사라질 테니
언제 만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마치 어둠 속에서는 그 모습을 감추었다
밝은 곳에서는 불쑥 나타나는 그림자 같은 제.멋.대.로.인
바로 또 다른 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