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 Studioplus
남윤잎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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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평상시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해주는 것들 중에서

유독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버스.

시간 약속에 늦지 않아야 할 때는 지하철을 타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버스를 타는 것이 더 좋다.

왜 나는 버스를 고집하는 걸까?

버스의 어떤 점이 나는 좋은 걸까?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듯이

나처럼 버스를 좋아하는 작가가 그린 그림책 <버스>를 만났다.

햇살 좋은 날, <버스> 한 대가 왔다.


버스가 오면 정류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버스에 탄 승객의 일부는 내리고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의 일부는 버스에 오른다.

각자의 길을 가던 사람들이 같은 길에 오른다.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변함없지만

계속해서 이동하는 내 시선에는 매 순간이 새롭다.

버스의 직사각형 창문은 영화관의 스크린이 되어

버스가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흐르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앞을 향해 흘러간다.

가끔 멈춰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하기도 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창 밖 하늘의 시간도 흘러 흘러

어느새 노을로 물들었다가 검은 잠옷을 입은 밤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움이 내려 앉으면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하다.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들로 하늘도, 건물도, 도로 위도

가득 채워진다.

끝나가는 하루를 안고 제자리로 찾아가는 사람들은

다시 버스 안에서 겹쳐진다.

버스 안에서, 버스 밖에서 반짝 반짝 거리는 빛에 물들어

버스에서 내려 돌아가는 우리도 어느덧 반짝 반짝 빛이 난다.


그림책 <버스>는 이동하는 버스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그림책으로 재현해 놓은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책 판형 자체도 버스를 닮은 직사각형에 창문 구멍을 뚫은 버스 커버를 벗기면

버스 내부가 그림책의 첫 표지가 된다.

버스를 타고 있는 이 한 사람, 한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 다르고, 다른 길을 가고 있었지만

이 버스를 탄 순간부터 함께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버스>는 버스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정말 버스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과 관찰력이 빛이 난다.

버스의 외부에서, 옆에서, 위에서, 앞에서 그리고 버스의 내부에서

버스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향하게 하기도 하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시선을 돌려주기도 하고,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빠르게 그리고 천천히,

<버스>를 보는 동안 버스와 함께 흘러가게 된다.

버스가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버스에 탄 사람들도 주인공인 <버스>

버스에 탄 사람 하나 하나가 다른 하루를 보내지만

그 다른 하루들이 만나는 마법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버스>

잠깐이지만 동행인이 되는 순간을 선물해 주는 <버스>

버스를 타고 떠나는 짧은 여행 같은 하루의 잠깐이

버스의 창문을 통해 전달되는 햇살의 따사로움으로,

어두운 밤에도 반짝 반짝 빛나는 빛들의 반짝임으로,

충분히 행복한 기분이 되게 해준다.

<버스>를 보고 난 후의 당신은 이제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전과는 다른 눈으로 버스와 사람들 그리고 풍경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참, 버스에서 내린 작가를 보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작가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버스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버리니 버스에 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여겨 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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