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분홍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맞아주는
<고양이 손님>
고양이가 손님인 건지 내가 손님인 건지
잠시 헤깔렸지만 책장을 넘기자
이내 번개골목에 있는 작가의 집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작가 부부가 세들어 사는 집 주변 골목은 번개형상으로
이들은 장난삼아 번개골목이라 부릅니다.
어느날 이 번개골목에 나타난 어린 고양이 한 마리를
옆집에서 기르기 시작하고,
이 제멋대로인 작은 고양이는 작가 부부의 집에 불쑥 찾아오지요.
그러다 어느새 물이 스며들듯이 이 집에서 밥도 얻어 먹고 잠도 자고 가기 시작하며
이들 부부는 비록 고양이 길들이기에 실패했지만, 고양이 치비는 이들 부부를 길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주인집 정원과 부부의 별채 뜰로 나들이를 나와 노니는 치비는
번개골목에 어울리는 번개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고양이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지요.
주인집 할머니가 남편이 죽자 큰 집을 정리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들 부부도 이사를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땅값 급등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갑작스러운 치비와의 이별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한편
주인집 할머니의 부탁으로 집과 정원 관리를 하면서
그곳에서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정원도 분할매각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어쨌든 다행히 번개골목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 아니 묘연을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고양이 손님>을 읽기 시작하는 동시에
나는 번개골목에 자리한 작가의 집에 초대된 손님이며 주인이었습니다.
그가 사는 집의 면면을 소개받는 기분이었으며,
동시에 이 집이 내 집인 것만 같고 그의 고양이 손님이 내 손님인 것만 같았지요.
작가는 그가 겪는 시간의 흐름을 - 친구인 시인 Y의 암투병과 죽음, 주인집 할아버지의 죽음, 세들어 살던 곳과의 이별, 고양이 치비와의 이별 그리고 연립주택의 새 보금자리와 고양이 나나와의 만남 - 통해 만남과 이별, 생과 사의 흐름을 고양이의 몸짓을 닮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