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마르 베네가스 지음,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남진희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어야 할 때
우리를 망설이고 주저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대부분이 가장 소중한 것, 지키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변화가, 도전이 그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것을 잃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 그럴 것이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한 마리가 예기치 않게 변화와 도전을 만난다.
과연 생쥐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여정을 거치는지, 생쥐는 소중한 것을 결국 지켜내는지
봄날의 씨앗을 따라 갑작스레 시작된 생쥐의 모험을 한번 따라가 보자.

하얀 털옷이 더러워질까 봐
비오는 날엔 외출도 하지 않는 깔끔쟁이 하얀 생쥐는
어느 봄날 아침 바람에 날리는 씨앗을 쫓아가다 길을 잃는다.
생쥐는 바깥 세상을 만나면서 걱정했던 자랑스러운 하얀 털이 더러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차츰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몸이 더러워지는 것보다 모험 자체가 주는 순간 순간의 생생한 경험들이
털에 대한 걱정보다 더 생쥐를 온통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쥐는 바람과 불과 물의 집을 거치며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떠나기 전의 생쥐와 돌아온 생쥐는 더 이상 같은 생쥐가 아니다.
집에 돌아온 생쥐는 이제 비 오는 날에도 바깥에 나가기를 좋아하고,
누군가 찾아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이제 만 32개월이 된 내 아이를 보고 있자니
이 하얀 생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에 뭔가 묻는 걸 싫어하는 깔끔쟁이에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은 아이.
그렇지만 호기심도 많고 두려움도 많은 아이.
아이의 걱정과 불안이 고스란히 엄마인 나에게 전달될 때
사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를 만나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도움이 하나 생겼다.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를 함께 보는 것이 바로 그것.
생쥐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가장 소중한 것,그 본질은 어떤 변화를 만나도 변하지 않는구나."라고 안심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생각보다 바깥 세상은 두려울 때보다 신나고 재미날 때가 더 많은 곳이라는 것과
우리에겐 돌아올 집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눈처럼 새하얀 생쥐의 그토록 소중한 하얀 털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생쥐가 차례로 들어가는 바람과 불과 물의 집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면
생쥐가 부르는 노래가 듣고 싶다면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네 집에 놀러가기를....
생쥐네 집 문은 이제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