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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가족이나 사회라는 것은 관계로 이루어진 원 같은 것.
처음으로 그 안에 들어선 아이들은
안도감과 기쁨, 만족감 같은 것들을 맛보게 되고,
그 원의 결속력이 얼마나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음을
또한 배우게 되는 괴롭고 아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성장한다.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에는 바로 그 원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네 명의 아이가 있다.
히토코, 후유키, 가호, 아키히로.
금붕어 사건으로 모두에게 따돌림 받기 시작한 히토코.
구멍이 난 마음에 규 할머니와 피아노로 서서히 채워가며
얽히지 않아도 될 사람과는 얽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철저히 히토리코로 살아간다.
엄마의 지나친 집착과 정신이상 증세로 고통 받는 후유키.
얽히기를 거부하는 히토코가 묘하게 신경쓰이는 후유키는 그 원인에
자신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문화제 합창에 히토코를 끌어들인다.
절친이었던 히토코에 대한 열등감을 금붕어 사건 때 드러낸 가호.
그 후로도 히토코와는 화해하지 않고 부딪히는 일들이 생긴다.
그런 자신을 싫어하면서도 가호는 자신의 원을 지켜나간다.
줄곧 히토코를 좋아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고백과 사과가 늦어버린 아키히로.
이 아이들 외에도 가족이라는 원이 부서진
모토야나기 선생이나 후유키의 엄마 역시 외톨이들이다.
마치 외톨이가 아닌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외톨이임을 금새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다 어딘가에 상처를 입고
두껍고 튼실한 반창고를 붙이고 적당적당히 잘해 보자는 주문을 되뇌이면서
자기 혼자만으로 이루어진 연약한 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외톨이들인 셈이다.
그렇지만 외톨이인 내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렇게 외톨이인 채로 누군가를 들이거나 혹은 어딘가로 들어가기도 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친구였던 히토코와 가호를 억지로 화해시키지 않아서,
불완전한 원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다를 바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아서
더 현실적으로 외톨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외톨이들>
이 책은 정말로 외톨이들의, 외톨이에 의한, 외톨이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는 모두 외톨이다.
그런 외톨이 하나 하나가 모여 외톨이들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인 셈.
청소년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연대와 협력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과
가족이나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있는 어른들의 도움 없이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가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