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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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탕. 탕.

거칠고 낯선 소리에 몸이 살짝 움츠러든다.
안 그래도 베어 타운의 찬 공기에 적응하지 못한 소름 돋은 피부를 들여다보다
불시에 찾아 온 낯선 울림에 움찔.

베어 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환영인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첫 만남은 긴장이 되기 마련.
처음 들어본 이 소리는 베어 타운에 머무는 동안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이 소리의 정체는 아이스하키채로 퍽을 날려 내는 것.

베어타운(이라고 쓰고 하키타운이라 읽는다.).
 몸 속에 곰이 사는 이들이 모인 곳,
마을 전체가 아이스하키에 목숨까지 걸 수 있는
그리고 그 아이스하키에 마을의 운명을 맡겨버린 곰들의 마을.


아이스하키라....
지금껏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이 낯선 스포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며 베어 타운 안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가졌던 이 고민은 쓸모 없는 고민이었다.
아이스하키를 1도 모르는 나지만
대단하신 작가님 덕분에 제대로 몰입해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는 것 이상 그러니까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

자, 이제 베어 타운 사람들을 만나보자.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 핵심 인물이라고 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꼭 만나야 할 몇 사람을 모셔왔다.

아이스하키 천재인 케빈,
마을 전체의 기대를 짊어진 팀의 에이스이지만
인간미라곤 한 톨도 안 보이는 아버지 때문에 숨막혀 하면서도
사고를 친 후에 그 아버지 뒤로 숨어버리는 비겁한 녀석.

곰들이 사는 이 마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늑대 가족.
베어타운 하키 단장인 아빠 페테르와 변호사인 엄마 미라
그리고 기타와 음악을 사랑하는 딸 마야와 아들 레오가 바로 그들.
이들에게는 이 마을로 오기 전 페테르와 미라에게는 첫 아들이자
어린 마야에게는 오빠였던 이삭을 잃은 아픔이 있다.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 부부에게
마야의 사고는 더 큰 충격과 고통이었을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낙후되어 가는 마을에 사람과 돈을 끌어모으는 방법으로 아이스하키를 이용하려는 몇몇 어른들.
아이스하키라면 죽고 못 사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결승전날 팀의 에이스인 케빈이 체포된 것.
준결승전의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케빈은 마야를 성폭행하고,
마야는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가려다 친구 아냐의 도움으로 힘겹게 싸움을 시작한다.
마야가 사건을 폭로한 그날이 하필 결승전날.
아이스하키가 전부인 이 마을 사람들에게
마야의 진실은 결승전을 망친 믿고 싶지 않은 가십으로 변질되고,
마야네 늑대가족은 마을사람들과 하키를 배신했다는 이유로 더욱 고립되어간다.
마야네 가족 vs 베어타운 사람들
이들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베어타운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리들과 우리 사는 곳을 축소해 놓은 곳.
차별과 배타의 상징 같은 곳이 베어 타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인종 간의, 남녀 간의, 여러 형태의 사랑에 대한 불편한 시선,
진실과 거짓, 부와 가난, 권력과 정치, 개인과 집단, 세대와 세대 간의 정말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이
차갑게 쌓이고 쌓여 있는 곳.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다를 바가 하나 없는 곳이더라.

 그럼에도 그 안에서 내일을 보고, 희망의 작은 불빛을 보았다.
눈이 먼 곰들 안에도 밝은 눈을 가진 곰이 있고,
곰들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는 늑대와 사자 그리고 작은 동물들.
소수이지만 베어타운의 미래는 오히려 이들에게 달려 있다.

문득 나는 눈먼 곰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베어타운,
책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존재감을 갖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탕. 탕. 탕. 탕. 탕.
베어타운을 베어타운으로 만들어 주는 저 소리.
하지만 이제 베어타운을 둘러싼 차가운 공기에 균열을 가져오는 저 소리는
분명 희망이 베어타운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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