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읽은 미드 장군은 어떻게 했을까요?
미드 장군은 이 편지를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링컨이 편지를 부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편지는 링컨이 작고한 뒤 남은 서류들 가운데 발견됐습니다. 링컨은 분노에 차서 편지를 다 써놓고서도 마음을 다잡고 편지를 치워버렸던 것입니다.
2.
벤자민 프랭클린이 젊었을 적, 퀘이커 교도였던 한 친구가 그를 데려가 다음과 같은 신랄한 말로 쏘아붙인 적이 있습니다.
"벤자민, 너는 구제 불능이야. 너는 의견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과 부딪치지. 네가 하는 말들은 너무 공격적이어서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네 친구들은 네가 없을 때 더 즐거워해. 너는 아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도 않지. 사실 애써 불편함과 고생을 감수하면서 네 의견을 바꾸려는 사람은 없을 거야. 너는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걸 알 수 없을거야. 가지고 있는 게 얕은 지식인데도 말이야."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 쓰라린 비판을 받아들이고 180도 바뀌었습니다. 후에 프랭큰인은 대통령이 되어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거스르는 말은 물론 나에 대한 긍정적인 주장을 삼가겠다고 말입니다. 나는 의견이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확실히', '의심의 여지없이'와 같은 단어나 표현을 쓰는 것을 스스로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신 '상상해보기에', '파악한 바로는', '생각하기에' 또는 '지금으로써는 이렇게 여겨지는'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상대방이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바를 옳다고 주장한대도, 나는 그의 부조리함을 지적하거나 그 부조리함을 즉시 증명해냄으로써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답을 할 때면 어떤 경우 또는 상황에서 그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기 시작하여, 현 상황에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다고 보이거나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는 태도를 바꾸는 데에서 생기는 이점을 금방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는 더욱 즐겁게 흘렀습니다. 겸손하게 의견을 제안했더니, 사람들은 더 쉽사리 받아들이고 반발심도 적었습니다. 나의 잘못이 드러난 경우에도 굴욕을 덜 받았으며, 내가 옳았을 경우 상대방이 쉽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나와 의견을 같이하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타고난 성향으로 인해 억지로 이 같은 태도를 갖추어야 했지만, 나중에는 너무도 쉬운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아마 지난 50년 동안 그 누구도 나로부터 그 어떤 독단적인 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습관 덕분에, 새로운 제도나 오래된 것의 개혁을 제안할 때 친애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으며, 공공 위원회의 의원이 되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말주변이 없었고, 연설은 꿈도 꿀 수 없었으며, 단어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데다, 잘못된 언어를 쓰기도 했지만 보통 하고자 하는 주장은 관철할 수 있었습니다.
3.
아버지가 잊었단다
W. 리빙스턴 라니즈
아들아, 들어보아라, 너의 잠든 모습을 보며 이 말을 한다.
고양이 발처럼 보드라운 주먹이 너의 뺨을 받치고 있고 땀에 젖은 이마에는 곱슬거리는 금발이 몇 가닥 붙어 있구나. 아빠는 네가 자는 방으로 혼자서 살그머니 들어왔단다. 조금 전 서재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후회스런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 왔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으로 네 침대로 왔다.
아들아, 네게 화를 냈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단다. 학교 가려고 준비할 때 고양이 세수만 한다고 꾸짖고, 물건을 바닥에 내팽개친다고 화를 냈지. 아침 먹을 때도 잔소리를 했구나. 흘리지 말고 먹어라, 꼭꼭 씹어서 삼켜라, 팔 괴고 먹지 마라, 버터를 너무 많이 바르는 것 아니냐 하면서 말이다. 내가 집을 나설 때 너는 놀이하러 가다가 내게 손을 흔들며 "안녕, 아빠" 했는데, 아빠는 인상을 쓰며 "어깨 펴고!" 하고 대답하고 말았구나.
저녁에도 똑같은 일을 한 것 같구나. 집에 오는데 네가 무릎을 꿇고 구슬치기를 하고 있는 걸 봤다. 네 양말에는 구멍이 나 있었지. 집으로 오면서 너보고 앞장서 가라고 해서 네 친구들 앞에서 너에게 창피를 주었구나. '양말이 얼마나 비싼데..... 네가 번 돈으로 양말을 산다면 이렇게 함부로 신지는 않겠지?' 이런 얘기를 하다니,
아들아, 아빠는 너무 부끄럽구나.
저녁에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네가 상처받은 눈빛으로 살며시 서재로 들어왔던 거 기억하고 있지? 누가 방해하나 하고 짜증이 나서 내가 서류 너머로 쳐다 보았을 때 너는 문가에서 망설이고 있었단다. 아빠는 "그래 원하는 게 뭐냐?" 하고 날카롭게 말했지. 너는 아무 말도 않고 서 있다가 갑자기 달려와서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내게 입 맞추고는 조그만 팔로 나를 꼭 안아주었지. 네 가슴에 하나님이 주신 사랑이, 아무리 돌보지 않아도 결코 시들지 않는 사랑이 가득 차 있는 게 느껴지더구나. 그러고 나서 너는 탁탁 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남기고 네 방으로 갔단다.
아들아, 네가 간 직후 아빠는 가슴이 저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두려움이 갑자기 밀려오는 바람에 그만 서류를 떨어뜨릴 정도였단다. 아, 나는 습관적으로 어떤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습관적으로 꾸짖고 야단치고.... 우리 아들이 돼준 고마운 너에게 아빠가 주는 보상이 이런 것들이었다니. 하지만 아빠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란다. 단지 아직은 어린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랐기 때문이란다. 나는 어른의 잣대로 너를 재고 있었던 거란다.
아들아, 너는 정말 착하고 좋은, 진실한 아이란다. 조그만 네 몸 안에 언덕 너머로 밝아오는 새벽만큼이나 넓은 마음이 들어있다는 게 느껴졌단다. 네가 먼저 아빠에게 달려와 잘 자라고 입맞춰줄 때 나는 그것을 분명하게 느꼈단다.
아들아, 오늘 밤 내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아빠는 불도 켜지 않고 네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말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아주 작은 속죄에 불과하겠지. 네가 깨어있을 때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해도 네가 잘 이해하지 못하리란 것을 아빠도 안다. 하지만 내일 아빠는 진짜로 아빠다운 아빠가 되어 주마. 네 친구가 되어서 너랑 함께 즐거워 하고, 너랑 함께 아파하겠다. 혀를 깨무는 한이 있더라도 잔소리는 하지 않으마. 주문처럼 이 말을 입에 달고 있겠다.
"아직은 아이일 뿐이다. 어린 아이일 뿐이다."
아빠는 너를 어른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구나. 하지만 아들아, 이렇게 작은 침대에서 피곤한 듯 웅크리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네가 아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되는구나. 네가 엄마 어깨에 머리를 얹고 엄마의 품에 안겨 있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인데, 나는 너무 많은 걸 바랐구나. 너무 많은 걸 바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