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본래 그런 것입니다. 읽으려고 펼치긴 하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넋이 나가게 되지요.
이 책은 막연히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하니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펼쳤다가 핸드폰에 눈을 돌리게 되는 나를 포함한 여러 독서 희망자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느낌의 책이다.

책을 펼치면 처음 인사해 주는 작가님의 마음 담긴 싸인!
"읽는 용기, 읽는 힘, 읽는 습관, 읽는 행복"이라는 제목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독서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습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들을 여러 고전이나 작품들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게 설명되어 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를 넘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행복한 습관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수많은 고전과 문학 작품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훈과 통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고전 읽기에는 진입 장벽이 있다. 시대와 장소가 다르고 이슈와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문학의 경우 이름도 장벽이 된다.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이 인상적이고 인생 작이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아 읽어보려고 시도를 몇 번 해보았으나 역시 이러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나만 어렵다고 느낀 것이 아니었음에 안도했던 순간!

여성 주인공이 사랑(또는 사랑의 결실로서 결혼)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 및 노동자적 정체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전체적 전개 양상과 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제인 에어는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 중 하나인데 당시의 여성상과는 확연히 다른 주체적인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여주인공이었다. 특히 청혼을 단호히 거절하던 제인의 결연한 태도는 놀라움과 감탄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막막한 독서라는 책을 통해 제인 에어의 이야기에서 로맨스에만 매료되었던 내가, 그녀의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에는 깊이 주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그녀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담긴 강인함과 자부심을 간과했었던 것 같다. 제인의 삶은 단지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세상과 당당히 맞서는 한 인간의 위대한 서사였던 것이다.

책은 우리에게 딴짓과 딴생각을 할 시간을 준다. 그걸 할 심적 여유를, 마음의 빈자리를 만들어 준다.
마음에 빈자리가 생길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사유와 상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책은 그러한 여유의 동반자로, 삶의 바쁨 속에서도 내면의 쉼터를 만들어 주는 존재임을 이 문장은 깊이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책을 펼치고 덮는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책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읽는 일은 바로 그러한 반복, 일견 무익해 보이는 반복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프롤로그의 이 문장은 책을 펼치고 덮는 반복의 과정은 단순히 내용을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책 속에 쓰여 있지 않은 우리만의 해석과 통찰을 발견하는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반복은 때로 무익해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언어와 의미의 틈새를 통해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이해나 즉각적인 결과가 아니라, 책과 나 자신 사이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과 응답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일 것이다.
이 책은 독서모임에 마치 참여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에 대한 해석과 감상도 좋았고, 내가 읽었지만,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한 색다른 관점과 의견을 알아가는 것도 좋았다.
독서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 고전에 대한 여러 관점을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고전과 문학작품들 속의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마음속에 피어나는 경험을 선물해준다.
#독서모임 #독서노트 #독서기록 #막막한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