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필사 노트
박경리 지음, 유선경 엮음 / 다산초당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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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토지"를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20권이라는 긴 호흡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토지" 책에서 147개의 글귀를 뽑아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책은 "토지"에 대한 갈망에 단비 같은 책이 되었다.

페이지 수는 대략 365페이지 정도 되어서 매일 1장씩 필사를 하게 되면 1년을 꽉 채우게 된다.

필사를 차근차근 마무리하며 지난 1년을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도록 정갈하게 완성된 구성이 참 마음에 든다.

필사 노트를 엮은 작가님도 토지를 3번이나 완독하시고 필사를 하면서 토지의 명료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배우고 세상과 인생 살이에 대한 해답도 찾으시게 되셨다고 한다.

특히 180도로 쫙 펼쳐지는 제본 덕분에 편하게 필사할 수 있고, 책에 주름이나 구김이 가지 않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책에 흠집 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책의 이러한 만듦새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86|87

”함께 살아도 편하질 않고 혼자 살자니 적막강산이고 참말 이제 워째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라우.”

인간관계 속에서 오는 피로감과 혼자라는 외로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민하는 인간의 고독을 꿰뚫어 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부대끼며 살 때 발생하는 치열한 상처와 답답함을 피하려 홀로 서면 또 이따금 밀려오는 막막한 고독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204|205

”희망이고 실망이고, 그런 거는 잠시 잠시 왔다 갔다 가는 거 아니겄나.“

희로애락의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삶의 깊은 통찰과 담담한 위로를 던져주는 문장이다.

살다 보면 끝없는 희망에 부풀었다가도 이내 밀려오는 실망에 좌절하기 쉽지만 우리가 갖는 혹은 느끼는 모든 감정조차 그저 인생이라는 길목을 잠시 왔다가 가는 찰나의 손님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감정의 기복에 일희일비하며 휘둘리는 우리에게 어떠한 시련이나 환희도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것 같다. 결국 희망에 교만해질 필요도 실망에 마냥 무너질 필요도 없이 그저 오늘 하루를 묵묵히 버텨내면 그만이라는 삶을 바라보는 초탈한 지혜가 울림으로 와닿았다.



하루를 시작할 때나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토지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가만히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흩어졌던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가슴속이 풍요로운 온기로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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