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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평점 :
"파리에서 만난 말들"

"마음 속 사각거림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나아간다."
프랑스어 전공자로 프랑스, 파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을 보면 설레고 호기심이 더 생기기도 하고 친근함이 더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파리에서 만난 말들" 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더 읽고 싶었고, 관심이 갔었다.
윤슬이 빛나는 파리의 강변의 파리지앵들이 표지로 되어 있어 눈길을 잡아 끄는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 개인, 타인, 사회, 국가로 그 반경을 점점 넓혀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한 챕터가 시작하면서 명언이나 격언, 유명한 작품 속의 구절 등이 적혀 있는데, 이 내용들 또한 챕터를 시작하는 전환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글 속에도 생각을 하게 하는 명언, 격언, 소설의 구절 등등이 들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수월하였다.
34가지의 프랑스어 단어를 풀어낸 이야기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단어였지만, 이런 뜻이 있었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면서 읽기도 했고, 솔직히 몰랐었던 단어도 있었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학생, 직장인, 프랑스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4개의 단어이지만 무궁무진한 단어 속의 뜻과 행간의 의미 등을 곱씹다보면 무한한 단어의 우주 속에서 나만의 단어를 찾아낼 수 있는 그런 모험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단어 하나에 들어있는 프랑스인들의 문화와 삶, 사람, 더 나아가서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섬세히 살피며 우리의 삶에 이 단어들이 주는 힘이나 빛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총 3부작으로 되어 있으며,
1부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
2부 <생각을 조각하는 말>
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 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달콤한 인생을 주문하는 말>에서는
제목처럼 달콤한 단어들이 나오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단어는 "doucement"으로 부드럽게 라는 사전적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었다.
이 단어는 여기저기 애정을 쏟는 대상이라면 언제든 스스럼없이 사용할 수 있고, 기분도 좋게 해주는 그런 단어인 것 같았다.
이 단어에서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한국의 문화와 달리 "부드럽게", "천천히" 라는 태도를 지향하는 여유를 느껴볼 수 있었다.
프랑스어를 처음 배울 때 접하게 되는 봉쥬르 라는 인사말은
어느 누구를 마주쳐도 내뱉게 만드는 마법같은 이 프랑스의 인사말은 자신을 마주치는 어느 누구라도 좋은 아침, 좋은 하루가 되기를 소망하는 단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부 <생각을 조각하는 말>에서는
왕정에서 공화국을 완성해간 프랑스라는 나라의 가치와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자극적인 복수극,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스토리 등등 대리 만족을 하게 하는 스토리가 인기가 있는 반면 프랑스 드라마나 영화는 그런 스토리를 찾기가 힘들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더 글로리" 라는 드라마가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솔직히 프랑스어 공부하려고 프랑스 드라마를 몇 편 보기는 했지만,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왜 재미가 없었는 지도 이해가 되었다. (권선징악이 통쾌한 한국인)
3부 <풍요로운 공동체를 견인하는 말> 에서는
프랑스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가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지하철, 버스가 파업을 하여도 불평을 하는 이들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파업 greve는 프랑스인들을 이끄는 이념이자 가치이며, 공동체 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로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프랑스인들은 파업을 불편함이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교 분리를 쉽게 풀어 쓴 챕터에서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프랑스의 상황을 비교해서 기술을 해두었는데, 이 부분도 인상 깊었다.
내가 무교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을 부분까지도 심오하고 쉽게 설명이 된 내용을 읽으면서 또 새로운 사실과 이념 등을 배우게 되었다.
언어라는 것이 그 시대를 투영하고 반영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 등도 떠올려 보게 했다.
책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대박"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높은 물가와 씨름하면서도 한 번의 큰 대박을 바라는 소망들이 은연 중에 자꾸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프랑스에서는 du coup 이라는 단어가 "대박" 처럼 자주 사용이 된다고 한다.
빨리빨리의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줄임말을 많이 만들어었던 것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마지막으로
"마녀, sociere" 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 263페이지
당신이 여성이고 감히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마녀이니까요.
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코로나 시국 전, 다녀온 파리 여행의 추억도 떠올리게 되었고
학부 때 열심히 외웠던 단어들도 생각이 나면서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한 구절을 남겨본다.

행복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개인적인 행복 없이도 살 수 있다.
그들의 행복이 우리를
부드럽게 비춰주는 빛이 되기 때문이다.
-로망롤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