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국에서 Tesol 과정을 밟은 저자가 수업 중에 겪은 일과 여행 중에 겪은 에피소드를 소재로 다양한 상황을 펼쳐놓고 그 안에서 쓰이는 표현들을 보기 쉽게 정리해놨다. 솔직히 책을 받기 전에는 딱딱한 표현의 두툼한 책자가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여행 중 다니며 써야 하는 다양한 표현들을 담다 보니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작은 사이즈에 꼭 필요한 표현들만 엄선해 알차게 꾹꾹 눌러 담았다. 따라서 별도로 영어 공부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지 않은 분들도 이 책자 하나로 여행 다니는데 아무 불편이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별게 없는 거 같다. 학원을 오래 다닌다고 책을 오래 파고 든다고 회화는 절대 늘지 않는다. 영어 회화를 잘하려면 무조건 현지인과 또는 외국인과 대화를 자주 해야 느는데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수능 위주의 영어 공부라 독해나 문법에 치우친 경우가 많아 막상 외국인을 마주쳤을 때 입을 떼기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쥐처럼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회화가 빨리 느는 친구들을 보면 적극적인 성격이 비결인 경우가 많다. 문법, 표현이 틀리지 않았나 끊임없이 점검하고 완벽하지는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영어를 구사하려는 나같은 소심이들은 절대로 입이 트이지 않는다. 그래서 영어회화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나의 2가지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1) 여행 중 외국인 친구 사귀기. 예전에 여행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사실 남들보다는 자유여행 경험이 많은 편이었지만 항상 친구랑 둘이 같이 다녀서 영어 실력이 늘 기회가 없었다. 28살에 캐나다로 떠난 어학연수 코스가 끝나고 처음 혼자 다니는 여행을 떠났을 때 토론토 유스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쓴 친구를 나이아가라 폭포 유스호스텔에서 다시 만나 친해졌다. 그녀의 이름은 Reba, Rebecca.(외국인들은 이름을 일케 줄여서 애칭으로 부른다) 마음이 맞은 우리는 뉴욕으로 가서 같이 New Year's Day를 보내기로 했다. 뉴질랜드 아가씨였던 레바는 나처럼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라 폭풍 수다를 좋아하지 않아 마음이 잘 맞고 같이 다니기가 편안했다. 열흘을 같이 다니는 동안 서로의 상처받은 경험도 얘기하게 됐고 뉴욕 버스 터미널에서 티켓을 잃은 나와 함께 그 위험한 곳에서 같이 밤을 새워준 레바 덕분에 나는 평생의 친구를 가지게 됐다. 각자 귀국한 후 결혼하면서 레바도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지금도 가끔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을 주고 받으며 소식을 전하고 있다.
(2) 국내 외국인 모임에 가입하기. 오래 전이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SIWA(Seoul International Woman's Association)라는 모임을 알게 됐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교관이나 외국계 기업에 근무 중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부인들의 모임이다. 영어권 국가가 아닌 분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시는 수업을 등록해서 일본인, 코스타리카, 한국인(나), 중국인 4명이 학생으로 미국인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다. 그분의 성함은 Debbi. 영어 수업이 끝난 후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들 튜터를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선생님 가정을 주 1회 방문해서 수업을 받았는데 정식으로 영어를 가르치신 분이 아니라 아이들과는 간단히 컬러링이나 게임을 같이 진행하시고 나머지 시간은 나와 선생님이 프리 토킹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남편분 근무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다니신 분이라 집에는 진기한 기념품들이 많았고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우리 아이들은 2층집인 그 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잔디 깔린 넓은 마당에서 실컷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다. 1년 남짓 진행된 그 수업은 큰 애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분이 미국으로 다시 귀국하면서 끝났지만 지금도 서로의 생일에는 메일을 주고 받으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데비 할머니와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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