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싱숭생숭한 마음과 책 표지와 제목이 끌려서 산 책. 후루룩 읽히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녀가 등장하는 소설을 기대했다가 당황했다. 왜때문에 창비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를 넣어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출간한건지 소설을 읽은 후에는 내용과의 괴리감에 당혹스러워 웃음이 난다(좋은 의미의 실소). 군더더기없는 문체와 문장들 덕분에 담백하게 읽었다. 빵집 주인이 기대하던 해리포터식의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존재한다면 오히려 위저드베이커리 주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어른이 되어 감당해야할 인간관계와 그 책임감을 묵직하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SF소설이라고 단정 짓기 미안할 정도로 전개가 우아하다. 과학, 종교, 기술을 넘나드는 소재로 섬세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천사가 등장하는 이야기와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초지능시대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곧 그렇게 될 것만 같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여타 허무맹랑-일본문화와 네온사인만이 미래 사회 배경이 되는 소설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작가의 지능과 세계관, 그걸 뒷바침해주는 과학적인 지식을 못 따라가는 나를 자책하게된다.
에세이라기보다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기분. 작가의 주변에는 어쩜 그렇게 영화같은 소소한 순간들이 잘 포착되는건지, 작가 주변 인물들의 어투는 왜 하나같이 70년대 영화 대사스러운건지 읽는 내내 낯간지러움과 불편감을 지울 수 없었다. 서점에서 집어들어 책을 사게끔한 문단이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문단이라도 없었다면 화가 났을 것 같은 감정에 휩싸였다. 소위 말하는 인스타용 문장에 사기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글주변 말주변은 있지만 글의 밀도는 없는 그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