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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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과 친구한테 이 책이 재밌다는 얘기를 한 백번쯤 들은것 같다.

그리고 종합정보실에서 잠깐 읽은 지오에서 중국 허난성에 매혈로 인한

에이즈의 심각성을 얘기하던 중에도 이 책의 얘기가 얼풋 나왔고..



이 정도면 도서관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선뜻 집어들기에 충분한

조건 - ㅋ



지난 학기 열악한 식사환경으로 인하여 그 좋아하는 헌혈을 못하게 된 나로써는 "매혈"이라는 말에 눈길이 휘번뜩 +_+ 흣

이 책 얘기를 백번해준 아이는 "한 사람이 피를 팔아서 살아온 이야기다"라고 다소 간결하게 말해줬는데, 딱 그거다.

허삼관이 힘이요, 생명인 피를 팔아서 살아온 이야기 -



피를 판다는 것이 나에게는 그저 옛날에는 그랬었다더라 정도의 생소한 얘기이고, 허삼관의 그 구불구불한 삶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해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공감하지 못한다 해서 느끼지도 못할까 -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한해가 지날수록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가족일 것이다. 조금의 의심 없이 항상 내 편일 것이고, 또 앞으로도 그리리라 믿어지는 사람들.

처음으로 땀이 아닌 피를 흘려 번 돈으로 장가를 든 허삼관은 가족을 위해서만 매혈을 한다.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일락이의 뒷수습을 위해, 흉년으로 인해 죽한끼로 하루를 견뎌내던 가족들을 위해, 이락이가 있는 공동농장의 반장 대접을 위해 그는 열 사발 남짓의 물을 마시고는 병원을 찾아간다. 일락이가 병이 들어 입원했을 때는 매혈을 연달아 하는 통에 도리어 헌혈을 받기도 한다(딱 한번 임분방을 위해 피를 팔기도 했지만 =_=). 그의 말대로 힘이요 생명인 피를 팔아야만 생활이 가능한 그 삶이 안탔깝기도 하지만 아버지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의 마음은 어쩌면 뿌듯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든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었으니까. 불안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들을 견디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랬기 때문에 노년의 허삼관이 더 이상 매혈을 할 수 없다는 혈두의 말에 어린애마냥 눈물을 흘렸던 것이리라. 앞으로 또 큰일이 닥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장성한 아들들로 인해 더 이상 허삼관의 해결이 필요한 일을 없을 테지만 말이다.

흉년이 들어 묽게 쑨 죽 한 사발을 마시고 배가 꺼질라 종일 누워 지내는 가족들을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맛깔 나게 이야기 만들어주는 허삼관의 모습. 자기를 친아들로 인정해주지 않는 허삼관으로 인해 상심해 집을 나간 일락이가 결국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일락이를 업어주며 이제 국수를 먹으러 가느냐는 물음에 부드럽게 ‘응’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은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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