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신"에서 하룻밤 사이에 흉물스러운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리 잠자,

그리고 "심판"에서 하룻밤 사이에 피고인이 되버린 요제프 카

며칠 전에 본 영화에서 주인공은 세상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세가지를 가졌노라고 말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작 책의 당사자들은 가지지 못한 궁금증을 느꼈다.

그레고리 잠자는 자신이 벌레로 변해버린 상황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마치 자연스런운 일인듯, 오히려 그 상황에 적응하려는 가련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레고리에게 있어 고통은 벌레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그가 부양자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함으로 인한 가족들의 생계의 어려움이다. 그의 모습으로 놀라게 되는 어머니의 건강이었고,

여동생의 접혀진 대학의 꿈이었다. 퇴직하고 난 아버지의 새 직업이었다.

요제프 카 역시 그러하다.

그가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피고인이라는 자신의 상황이며, 재판을 어서 처리하겠다는 것 뿐이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도 그의 죄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그가 무언인가로 인해 재판에 기소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재판이라는 것 역시 도무지 이성적이지 않으며, 상황은 독자인 나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지극히 정상적이다.

카프카에게는 인간의 모습이든, 흉물스런 벌레의 모습이든, 또 죄를 지었다는 것 따위들이 어떠한 의미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리는 여전히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며,

요제프는 재판에 매달리지만, 선뜻 자신의 직장을 놓아버리지는 못한다. 상황의 변화는 그들에게 의미가 되지 못한다. 변화이지만 그들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무의미함은 또한 그레고리의 가족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보여진다. 스스로의 생계를 꾸려가게 된 그의 가족들은 그레고리의 죽음을 통해 자신들을 옥죄던 현실에서의 해결로 생각하며, 하루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며 실로 오랫만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레고리의 존재와 죽음은 그들 가족에게 의미가 되지 못한다. 오랫만에 느낀 그 즐거움 역시 사라질 것이다. 잊혀지고,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실제로도 아무일이 없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지루한 삶''을 살았다는 카프카,

그의 소설 속에는 그가 살았던 시대, 그리고 자라온 환경이 그대로 녹아있다.



그리고 나는 그와는 다른 시대에 그리고 다른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