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어쨌든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으려 해선 안 된다는 거야. 어차피 심신증에 걸리는 사람은 원인을 알아봤자 절대로 제거하지 못하니까"



" 즉, 스트레스란 것은 일생에 늘 따라다니는 것인데, 원래부터 그렇게 있는 놈을 없애려 한다는 건 쓸데없는 수고라는 거지"







시험공부를 하는 올 한 해는 참 여기저기 아프기도 많이했다. 어디가 찢어지거나 부러지는, 누가봐도 명백하게 아팠던 것 아니라,

"그냥 좀 속이 안좋고, 배가 아프고, 머리가 띵하고 그러네.."

하는 식의. 그야말로 어린아이 꾀병 같았달까..

하지만 아팠다구 정말.

기껏 병원에 찾아가 그닥 분명치 않은, 허나 진실된 ㅋ 증상을 얘기하고나면, 의사들은 멋있게 한마디 날리지.

" 스트레스성 입니다"

" 마음을 편하게 하면 차츰 나아질 거예요"

마음 편하게 먹을 줄 몰라서 내가 병원까지 찾아갔겠나.

게다가 아, 예. 그렇습니까? 그럼 지금 이순간부터 마음을 편하게 먹도록 하겠습니다. 요이땅!

하면 편해지는게 마음이던가.

뭐, 의사 아저씨의 진단을 탓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거다. 이라부의 말처럼.

엄현히 존재하고 있는 걸 존재하지 않는 양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스트레스 받아 불안정한 몸과 마음을 애써 아닌 척.

찜찜하게 걸렸던 작은 문제 하나 정도 해치운 걸로 자유로워진 양 할 수 없지 않겠나.

그러면... 어쩌라구?

해결책 없으니 그냥 이고지고, 스트레스 왕창 받고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야 하는 건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다"이다. ㅋ

사람은. 뭐 모든을 붙여도 좋겠지 ^^

일정부분 독특한 성향?! 이랄까 아무튼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유난히 특정 개인에게 두드러지게 표출되는. 그래서 특이하다 생각되는.



옮긴이의 말을 좀 따자면,

이라부는 미치광이와 정상인의 거리를 한 없이 ''제로(0)''로 만드는 인격이다. 인간은 누구든 어떤 심리적 편향을 가지고 있고, 다만 그것이 좀 심하면 특별한 몸의 현상으로 나타날 따름이다. 그것이 아마도 신경증적 질환이며 심신증일 것이다. 그 심리적 편향은 개인적 삶의 궤적이 그려낸 흔적이다. 생명으로 태어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온 세월이 마음에 뭔가를 남겨 그것이 몸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역사이다. 그 역사가 인간의 옅은 무의식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의 의식은 그 무의식이 일상에 미치는 작위를 모른다. 이라부는 그것을 환자 스스로 알게 만들어 준다.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이라부는 당연히 자신이 먼저 그것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라부의 신경과에 찾아온 환자들이 이라부의 행동에서 느낀 이질감은 자신의 기준, 혹은 의식하지 못한채 따르는 고정관념, 세상기준에서 온 것. 일반적이지 않다. 뭔가 다르다.. 뭐 그런?

환자들 자신에 대해 느끼는 심신증상도 역시.

그래서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식의 처방이지만,

나와, 일반성과 같지 않음을 경험함으로서 자신의 이상증상을 수용할 수 있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환자가 거부하는 이상행동을 시도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자각하고 넘어서게 하는. ^^



"지키고 싶은 사람이 지켜, 난 모르겠어, 하고 시침을 떼면 그만이야. 걱정은 다른 사람이 하게 하는 거지. 예를 들어, 버스에 올라타고, 다음 정류장에 어떤 사람이 내린다고 해. 아파트 단지 앞이라든지, 역 앞이라든지. 그럴 때, 자신은 벨을 누르지 않고 다른 사람이 눌러 주기를 기다리는 거야. 가만있으면 돼. 누군가 반드시 누를 테니까. 안 서고 그냥 가면 곤란하니까."

뭔가 뇌리에서 번쩍 하는 게 있었다. 자신은 늘 남보다 먼저 벨을 누르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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