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맨 스콜라 창작 그림책 28
이명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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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맨> 이명환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어린 시절, 전 참 많이 작았어요.

키도 작았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존재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았던.

그런 저 자신과 비교하면 주위의 존재들은 모두 커보였어요.


특히, 아빠는 당시 티브에서 유행하던 맥가이버 같았고,

언니들도 키도 크고, 뭐든 잘하는 크~~~은 존재였지요.


이명환 작가님이 자신의 영웅에게 바친 이 책...<잉어맨>을 보며,

시간을 거슬러 어린시절로 잠깐 다녀온 듯 했어요.

아빠의 공구함을 들고,

조수를 자처하며 졸졸 쫓아다니던 그 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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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은 잉어맨이에요"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잉어를 잡으면, 아니 잘 잡으면 잉어맨이 되나봐요.

해서, 우리의 주인공은 밤에 잉어를 잡으러 간다는 형을 따라가고 싶어하죠.

자신도 잉어맨이 되고 싶거든요.



밤이 되면 간다던 형에게 언제가냐고 물으니,

달이 높이 오르는 깊은 밤이 되어야 간대요.

그 깊은 밤을...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어버려요.


아...우리의 주인공 잘 때도

귀마개랑 목도리를 하고 자고, 쓰고 갈 모자도 옆에 있는 거 보면,

진짜 따라가고 싶은 모양인데...

그 마음을 알았을까요?

형은 자고 있는 동생을 깨워 데려가줍니다.


산길 따라 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잉어를 잡으러 가는 두 형제.

뒤에 탄 동생에게, 자신을 꽉 잡으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팁을 알려줍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추워도 춥다고 하지 않아야 해.

잉어와 눈싸움을 해서, 이겨야 해.

(눈을 깜박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어.)



이런 걸 '츤데레'라고 하나요?

조금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귀찮을텐데, 동생을 그 밤에 데려가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도 알려주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이 형도 아빠나 친척? , 동네 형에게 이렇게 배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것들은 도재식으로 전수되는 것이니까요^^

동생 역시 형이 해주는 말들을 흘려듣지 않고, 잘 새겨듣습니다.



드뎌 강에 도착했어요.

잉어맨은 잉어를 잡을 만만의 준비를 해서...얼음 위로 걸어가죠.

잉어맨 형은 혼자 얼음위를 걸어가고,

동생은 혼자 강 어귀에 남겨지죠.

이 장면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생각되어지는 것은...



당당하게 가는 듯해도 저 형도 속으로 무서울지도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살다보면,

무섭지만 혼자 가야할 때도 있고,

무서워도 혼자 있어야 하는 때도 있는 건데..

전 이 나이가 되어서 그림책을 보며 새삼 다시 깨닫습니다.



잉어맨이 홀로 얼음 위에서 고군분투 하는 동안,

동생이 선 자리 옆에서 파닥이는 잉어의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쩌나요? 갑자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찾아온 기회...

그래도 주인공은 침착하게 형이 알려준 팁을 되뇌입니다.

홀로있는 무서움과 추위도 참았고,

잉어와 눈싸움에도 이겨보려했는데...헉 형이 잘못알려준건가요?

아님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한건가요?

이런 잉어는 눈꺼플이 없네요. ㅜㅜ



잉어를 확 눌려버리고,

도망가는 잉어를 쫓아 물에 들어가 물밖으로 밀어냈고,

녀석을 꽉 끌어안았지요.

그리고, 깨닫게 되었대요.

자신이 잉어맨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말이지요.


별빛이 가득한 까만 밤,

넓디 넓은 강,

잉어를 잡고 홀로 서 있는 주인공의 뒷모습...

아이지만 깨달음도 얻은...

장면에서  한참 시선이 머물러 보게 됩니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이

어찌 살아야 하는 지...방법을 알려주지만,

실제 살다보면 그들의 방법이 나에게 들어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나의 방식으로 헤쳐나가야할 때도 있고...

그런 부분들을 이 간결한 그림책에서 다 말해주다니...놀랍기만 합니다.



양동이 한가득 잉어를 잡은 형이 돌아오고,

잉어를 잡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우리 주인공의 모습은 더이상 작지 않아요.

이제 잉어맨 대 잉어맨이 되었으니까요.


형과 동생이 그리 차이나 보이지 않는데,

표지그림에서 형만 잉어맨일 때는 그 존재감 때문인지 엄청 차이나 보이게 그리셨더라구요.



이 후의 일들도 궁금하시지요~?? 그래도 이쯤해서 마무리할게요.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래요.



이 책을 덮고 나서,

이 형제의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요.


아무리 남자아이들이라 해도, 그 쪽 지역의 아이들이 다들 그런다쳐도

밤새 아이들이 잉어잡겠다고 나가있는데... 걱정이 안되었을까?

어떻게 허락할 수 있었을까....하고.


형제가 돌아오면 먹일 밥을 지으며 어떤 기도를 드렸을까?

제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오라는 기도였지 않았을까?

많이 잡아오라는 기도는 아니였을테니...



이제 성인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즤 집 형제들을 보며...

이 책의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잉어우먼이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울 아이들이 살아갈...

무수히 많은 까만 밤과 넓디 넓은 강, 바다

혼자 겪을 수 밖에, 혼자 헤쳐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일들을

제가 알 수도 없고,

쫓아다니며 도와줄 수도 없지만...

돌아오고픈, 그리운 곳이 되어주어야 겠다고.

그런 집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려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 당첨되었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성껏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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