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오네긴 을유세계문학전집 25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김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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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한마디로 참 '매력적인 소설' 이다.

푸슈킨이라면 그의 시한구절 모르는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대가여서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있었지만,
사실 '시로 쓴 소설'이란 부제를 보고 나의 감수성을 총 동원해서 읽어야만 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책을 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구구절절 미사여구 또는 장황한 표현 등으로 엮어놓은 그 어떤 소설보다
읽는 즉시 그 의미와 내용이 와닿는 것이다.
간결하면서 명쾌하게 그리고 적확하게 표현된 문체가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장황한 문구들이 아닌데도, 직설적인 표현이되 그 적확성에
마치 숨김없이 들려주는 독백처럼.. 극의 나래이션처럼.. 또는 대본의 지문처럼.. 극의 연사의 설명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동안 그 상황이  절절히 와닿았다. 

하기사 푸슈킨이 햇수로 9년에 걸쳐 완성시킨 작품이니 그 완성도야 의심할 여지가 없으리라..

 

전체적인 소설의 줄거리는 복잡할 것 없이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으로 간단하다.
흔한 말로 표현하자면 사랑했지만, '사랑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이루어지지 않은 애틋한 남녀의 사랑이야기'쯤 될것 같다.

하지만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감정의 흐름과 생각의 변화,  처해진 상황과 현실에 따른 삶의 자세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상류사회 사교계의 가식적이고 나태하고 속물적인 것에 권태와 염증을 느꼈던 오네긴..
역시 사교계에 속해있지만  흥미와 의미없고 공허함을 느꼈던 타티아나..
둘은 어쩌면 처해진 세속적인 사회 상황에서도 의식은 깨어있던 부류로
서로를 알아보고 끌릴 수 밖에 없지않았나 싶다.
(어찌보면 남녀관계에서도 서로 정신적인 생각하는 코드가 맞아야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는 경우가 많으니..)
 

요즘으로 보자면 오네긴은 어쩌면 매력넘치는 '나쁜남자 캐릭터' 일지도 모르겠다..
속으론 권태롭고 하찮게 생각하는 사교계이지만 실상에선 주목을 받게 행동하는 인물이며,
타티아나의 애틋한 사랑고백도 설교하듯 가볍게 물리치고,
친구인 렌스키의 소심한 사랑을 조롱하여 결투로 이어지게 하여 죽음으로 치닫게 했으니 말이다.

한편, 그런 소설의 내용의 한 사건처럼
실제 작가인 푸슈킨이 렌스키처럼 결투를 하다 적지 않은 나이(37세)에 목숨을 잃었다니 아이러니하다.
 

젊은시절 인생의 허무를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예브게니 오네긴..
정작 사랑이 절실했던 시점엔 이미 늦어버린 오네긴의 사랑고백에..
타티아나의 답변..
' 행복은 그토록 가능한 것이었는데,
그토록 가까이 있었는데!........그러나 운명은 '
 

오네긴과의 사랑은 이제 지나간 버린 추억으로 선택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타티아나..
그녀의 선택은 어찌보면 우리네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타티아나의 애달픈 고백이
예전에는 깊게 생각지 않았던..
삶의 과정 속에 소중하게 생각치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사라져 보낸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한다.
그만큼 나도 허무히 버리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회상하고 아쉬워하는 연륜(성숙)이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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