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또 다른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메리였다. 메리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공상 속의 친구로, 내가 5년 동안 쓴 일기장 곳곳에 등장했다. 가장자리에 갈색테가 둘러진 상아색 일기장이었다. 메리는 내게 일어난 일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메리의 존재를 아는 것은 오직 나 뿐이었다. 결국 메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어머니가 메리를 내게서 훔쳐갔다고 나는 생각한다-19쪽
어머니에게는 예쁜 옷이 많았다. 커다란 무늬가 그려진 아름다운 옷들. 무늬는 대개 장미꽃이었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 맞춰 입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옷이 있었다. 옷장 뒤에 숨어서, 어머니가 옷을 갈아 입는 것을 지켜본 기억이 난다. 그 때 어머니는 주로 집에서 입는 카디건을 벗고, 가장 아끼던 탁한 분홍빛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나도 그런 예쁜 원피스를 입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못생겨서 내게 어울리는 옷은 언니들이 벗어던진 헌옷뿐이었다.-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