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위의 새
어느 날 아름다운 절에 놀러갔습니다
차 마시는 방
커다란 유리창에
앞산의 숲이 그대로 들어있었지요
진짜 숲인 줄 알고
새들이 와서 진짜 머리를 부딪치고간다는
스님의 말을 전해들으면서
사람들은 하하 호호 웃었지만
나는 문득 슬프고
가슴이 찡했지요
위장된 진실과
거짓된 행복이
하도 그럴듯해
진짜인 줄 알고
신나게 달려갔다가
머리를 박고
마음을 다치는 새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요
실체와 그림자를
자주 혼동하는 새가
나인 것 같아
나는 계속 웃을 수가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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