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깨어 있네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유리창 위의 새


어느 날 아름다운 절에 놀러갔습니다
차 마시는 방
커다란 유리창에
앞산의 숲이 그대로 들어있었지요
진짜 숲인 줄 알고
새들이 와서 진짜 머리를 부딪치고간다는
스님의 말을 전해들으면서
사람들은 하하 호호 웃었지만
나는 문득 슬프고
가슴이 찡했지요

위장된 진실과
거짓된 행복이
하도 그럴듯해
진짜인 줄 알고
신나게 달려갔다가
머리를 박고
마음을 다치는 새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요

실체와 그림자를
자주 혼동하는 새가
나인 것 같아
나는 계속 웃을 수가 없었답니다
-21-22쪽

작은 이


작은 언니 작은 누나
작은 오빠 작은 형
작은 고모 작은 이모
작은 엄마 작은 할머니

작은 ...으로 시작하는
모든 말은
아름답고 따듯하다

나는
작은 고모 작은 이모
작은 언니 작은 수녀로
불리움을 새롭게 기뻐하며
더 많이 사랑하리라

사람들의 외로움과 추위를
기도 안에 녹여주는
작은 이가 되리라
누구에게나 정겨운
작은 수녀
작은 천사가 되리라
-33-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