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조각가들 - 타이레놀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신약을 만드는 현대의 화학자들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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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세기 전 돌덩이를 황금으로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사들은 무모하고 어리숙했지만 마냥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궁극적으로 원하던 황금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물질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화학이라 부를 수 있는 제반 과정을 조금씩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장비도, 연구도, 지식도 턱없이 부족했던 오늘날과 비교한다면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결국 수 세기 후 황금보다도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된 것이다.

오늘날 연금술을 믿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금만큼이나 가치 있는 물질을 새로이 구성하고, 다시 결합하고, 창조하며 '마치' 연금술과도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21세기판 연금술사의 후예들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이자, 창조자, 동시에 화학자가 있을 것이다. 강철보다 10배는 강력하지만 10배는 더 가벼운 합금을 만드는 사람들 또한 화학자이고, 지구상에는 원래 존재하지 않던 원소들을 만드는 사람들 또한 화학자이다. 그중에서 가장 정교하게 분자를 '조각'하며 나노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은 바로 제약 분야에서 일하는 화학자들일 것이다.


<분자 조각가들>는 인체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적인 물질이나, 우리가 섭취하는 다양한 물질과 대비해서 한참이나 작은 분자량을 가지고도 우리 몸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의약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재미난 문장력으로 풀어낸 책이다. 평생을 제약 분야에 몸 담으며 분자를 '조각'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던 저자는 1그램도 채 되지 않는 화합물이 인류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하며 현대판 연금술사의 활약을 소개한다.

재치있는 문체와 실감나는 사례들을 통해 책의 매력이 가득 느껴진다. 제약 분야에서 이뤄지는 화학적 도전과 시도는 평범한 일반인의 관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법론을 통해 분자를 조각하고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위대한 여정을 거쳐 작은 약품 하나가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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