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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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트롤리 딜레마". 철학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단순한 선택의 문제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가 마침 두 갈래 길에 접어드는 순간, 그대로 직진하여 아무것도 모른채 선로를 고치고 있는 다섯 명의 인부를 죽이거나 또는 다섯 명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채 저녁밥을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 한 명을 죽이는 것. 가장 단순한 버전은 기관차의 차장이 되어 선택을 내리는 것이지만 길을 가다 우연히 선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을 발견한 행인 버전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선택을 내리는 사람, 죽임(희생)을 당할 사람을 조금 바꾸면 한 사람을 살린 것인지 장기기증을 기다리며 죽어가던 다섯 명을 살릴 것인지 선택하는 버전도 생길 수 있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어려운 이 질문이 인간의 도덕성과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떠오르게 하는 중요한 질문이 되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는 머리가 조금 아플 뿐 재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지만 현실이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지쳐 있는 현대인에게 더욱 큰 도덕적 피로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트롤리 딜레마는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크고 작은 도덕적 선택의 문제를 마주하고 도덕적 피로감을 느낀다. 평생 무단횡단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일지도 시식코너에서 1개만 먹어보라는 문구를 무시하고 3개쯤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처럼.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그보다는 '옳은' 삶이란 무엇일까. 옳다는 것은 법적인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도덕적 수준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한번쯤 사람답게 살아보기 위해서 철학적 문제를 진지하게 공부하기 위해 시대에 한 획을 남겼던 유명한 철학자들의 저서를 탐독하고 싶지만 역대급으로 어려운 문장 앞에서 난해함과 지루함만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보다 재미있고 쉬운 철학을 접하고 싶었을 듯하다. 그리고 현대인이 실제로 마주하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글로 적은 사람이 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철학을 기반으로 독특한 포맷의 전개를 보여줬던 <굿 플레이스>의 PD '마이클 슈어'의 책이다. 인간의 도덕성과 선, 악은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이지만 그동안 풀어낼 수 있는 형식이 정해져 있었다. '권선징악', '절대악', 인과응보' 등의 키워드가 뻔하게 느껴지는 전개와 연출로 인간 본성을 그려낸 극들이 대부분이었다. <굿 플레이스>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재미난 물음들처럼 그의 책 또한 다소 정신없지만 빙빙 돌아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아동 노동을 통해 상당히 저렴하고 또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제품을 과연 구매해도 되는 것일까? 평소에 버스에 올라탄 어르신께 자리도 양보하고, 정기적으로 유니세프에 기부금도 내는데 이번 한번만은 괜찮지 않을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과 철학이라는 '학문' 관점에서의 답변, 그리고 그것을 쉽게 풀어내는 예시를 통해 사람들이 마주하는 수만 가지 도덕적 딜레마와 좋은 삶에 대한 문제를 풀어낸다. 보통의 철학서와는 결이 너무나도 달라 때로는 정신이 없을 때도 있지만 분명 흡입력이 있다. 한번쯤 떠올려 봤던 질문이기에 그 대답이 조금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 '좋은 삶'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특히나 도덕적인 관점이라면 더욱더. 하지만 완벽한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재밌다. 어떻게 하면 이를 수 있는지. 가끔 떠올렸던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는 적어도 '더 좋은' 사람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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