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 이야기 -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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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이 부패하며 내뿜는 독특한 악취, 들끓는 벌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담한 광경들로 가득찬 흔적.

온갖 다양한 이유로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지막 현장이다. 작게는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크게는 한 지역 전체가 통제되는 사고 현장에서 매일 같이 가는 사람이 있다. 재난사고 현장 수습을 직업을 삼고 있는 사람이다.

<유류품 이야기>는 참담한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유류품 정리사의 고백이다. 세계 각국을 돌며 지진, 허리케인 등 각종 재난사고로 인해 스스로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 사람들을 수습하고 그들의 유류품을 가족에게 돌려보낸다. 전직 군인으로서 전사자에 대한 예우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에서 '죽은 자'들을 영예롭게 대우해주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고민한 그는 이제는 죽은 자와 산 자를 마지막으로 연결시켜주는 최후의 산 자가 된 것이다.

그가 다녀간 현장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수백 만 명의 이재민을 낳았던 아이티 대지진이나 머나먼 우리나라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던 미국의 수많은 허리케인, 각종 항공사고나 철도사고에 이르기까지 그가 마주한 죽음은 사실 그에게나 누구에게나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방식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 그들의 가족과 나아가 그들이 속했던 거대한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가 젊은 시절 겪었던 몇몇 사건들을 통해 죽음, 유족, 그리고 사회가 불화를 일으키는 것을 몸소 체험했고 이는 저자가 수백만 명의 죽음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큰 자산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인간으로서 그토록 많은 죽음 앞에 서 있었다는 점이 때로는 안타깝고 절망적이었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참담한 죽음이 세상에 올바르게 전해질 수 있었겠지만, 그 현장을 마주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매순간이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전하는 삶에 대한 방식,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보다 인간적인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전할 수 있는 것이 유류품밖에 없는 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그속에서 인간은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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