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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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조금씩 쌓아올린 행동들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21세기의 한복판에 갑자기 발발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원인을 알 수 없는 동물군 개체수의 급감과 회복. 그 기원을 아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거나 원인을 알더라도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은 우리 자연 속에 너무나 많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자연계의 상당히 많은 것들은 스스로의 통제 아래에 두고 있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것들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조차 못하고 있다. 80억에 가까운 인류가 살아가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이 살아가고, 그보다 몇십 배는 많은 곤충이 살아가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초록의 식물과 그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거대한 바다로 이루어진 지구의 자연은 예측불가능성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럼에도 자연 속에는 정교한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인간의 시선에서는 자연을 관통하는 수많은 규칙들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뒤를 지배하는 수많은 불규칙과 복잡성이 존재한다. 딱딱한 물리법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남극의 기후가 북극에 영향을 미치고, 유럽 대륙의 쥐떼가 아프리카 대륙의 물소떼에게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하고 흥미로운 복잡성.

<자연은 협력한다>는 이제껏 '규칙'과 '논리' 등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자연을 불규칙과 복잡성으로 다시 구성하려 노력하는 복잡계 과학자의 책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자연계의 다양한 복잡하고 비정형화된 현상을 연구하는 그는 우리 주변의 현상들이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무척이나 산발적이고 즉흥적이며, 동시에 정교하다는 것을 조명한다.

저자는 주요 연구 분야인 전염병 모델링 분야뿐만 아니라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걸음걸이, 버섯이 퍼져가는 과정, SNS의 네트워킹 효과 등 다양한 사회/과학적 현상을 이용하여 복잡계를 설명한다. 수백 년의 연구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이론 모델이 구축된 경제 분야에서도 이론과는 다른 변수를 통해 예측불가능한 현상이 일어난다. 복잡계의 대표격인 경제 분야와 같이 살아숨쉬는 모든 개체들의 공명 현상으로 발생하는 '복잡'한 '결과'들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무척이나 필요한 행위이다. 하지만 자연을 이해했다고 자만하는 것은 동시에 무척이나 위험한 행위이다. 실험실과 노트 위에서 정지된 활자를 통해 정교화된 모델을 만들곤 하지만 자연은 살아숨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모두 한데 섞여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복잡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자연을 통제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자만보다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는 지혜가 함께 필요한 듯 보인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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