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상상력 공장 - 우주, 그리고 생명과 문명의 미래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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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에 내려가면 서울 하늘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 낮이고 밤이고 펼쳐진다. 특히 밤에는 집 바로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 너머로 별이 천만 개쯤은 박혀 있는 것 같다. 별빛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별빛이 출발하는 우주의 지평선 너머까지는 얼마나 오래 걸릴까? 초등학생일 때나 잠깐씩 상상하던 생각들을 밤하늘에 올려놓고 나면 마음은 '쿵'하고 내려앉아 문득 아득한 무서움과 경외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우주를 생각하면 보통은 그렇다.

<우주, 상상력 공장>은 나와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 보기를 좋아하는 물리학자가 우주라는 도화지에 인생과 문학, 철학이라는 커피향을 듬뿍 끼얹어 담아낸 에세이다. 아름다운 밤하늘 너머 광활한 우주의 신비에 인간 존재의 덧없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필멸의 삶 속에서도 불멸의 진리를 찾아내려는 고귀한 노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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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오밀조밀하게 풀어내려 애썼다. 그간의 저서와 비교해도 확연히 다른 점이 느껴질 정도로, 과학, 철학, 인생, 예술, 문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내려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의 본질은 물리학이다. 그것도 특히 우주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다만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수식, 불친절한 시각은 빼고 다정하게 쓰인 '산문' 같은 에세이이다. 덕분에 우주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없는 확장, 시간의 흐름과 빛의 속도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흥미로운 소재들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 TV도 컴퓨터도 없는 시절에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것이 어린이 과학책이었다. 덕분에 과학자의 꿈을 꾸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장래희망을 적어낼 때는 항상 과학자라고 당당하게 적어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그 꿈을 흐려졌지만 여전히 과학이라는 세상은 내게 특별하다.

동심으로 돌아가 우주를 잔뜩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학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물리학과, 그리고 문학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다정하게 책을 펼쳐내었다.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우주라는 거대한 존재를 마주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많은 천문학자들이 스스로 생을 져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픈 사람들이 '우주'를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시간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 우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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