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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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직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하나였다. 현재 우리보다 경제 지표 측면에서 몇 수 아래라고 평가되는 동남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보다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살아갔다. 암울한 토양 위에서 반 세기만에 이토록 거대한 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없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선진국의 대열의 합류한 것은 가히 기염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의 남쪽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가 이토록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정부 주도의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이 주효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어마어마한 세력을 지니게 된 재벌, 대기업을 만들었던 한국의 경제 성장 구도가 과거에는 무척이나 파괴적인 전략이었다. 다만 이와 같은 성장동력은 힘을 잃은지 오래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혁신은 사라졌고, 과거의 전략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음이 명확함에도 민관공은 옛 영광을 추억하며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주요 동인이었던 정부 중심의 재벌 기업 성장 전략이 어떻게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탄소중립, ESG, 디지털대전환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할지 조명한다.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제조업 비중과 견고한 수직화, 계열화 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좀 먹고 있다. 지나치게 커져버린 계열 중심의 대기업 구조는 중소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이뤄내는 것을 막는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대기업 대비 임금의 수준이 훨씬 낮은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기존의 산업 구조를 깨뜨릴 수 있어야 하지만, 대기업의 기술 탈취 등은 이마저도 막고 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는 탄소중립, ESG, 디지털대전환과 같은 급변하는 기업 문화에 우리 기업들을 적응할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계 수준에 뒤쳐지는 기준들이 보이고 있으며 향후 5년 안에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대규모 실업 사태 등이 예상됨에도 그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현재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확실성은 말그대로 불안하고 예측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누구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거대 기업 또한 반대로 무너질 수 있다. 또 무너져야만 한다. 시장의 진입/퇴출 장벽이 너무나 높기에 한국 경제의 주축은 고이고 고여서 마침내 썩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패러다임을 부수는, 파격적인 혁신 기업이다. 현재의 한국 산업 구조로는 혁신이 도무지 일어날 수 없다.

저자는 이에 따라 혁신과 진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유난히 고착화된 한국 사회가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아주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예견된 미래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무섭게 현실은 우리의 삶을 강타한다. 지금은 지속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사회를 냉철히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회복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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