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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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종종 고민하는 학자가 있다. 우주의 근원이라는 다소 따분하지만 심오한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우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기에. 그는 생물학자이다. 그렇기에 천문학을 가끔 마음에 품는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체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와 마찬가지인 생명체를 다루는 것은 밤하늘 너머의 우주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생물은 왜 죽는가>의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생명의 "탄생"을 유추한다. 실제로 그가 천체물리학자는 아니다보니 우주의 시작은 살짝 넘어가는 셈 친다. 그리고 생명의 탄생 또한 그 누구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머나먼 옛날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와 작은 기적들이 뭉치고 뭉쳐서 가능했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마치 수영장에 손목시계를 분해해서 물에 빠뜨린 다음 휘휘 젖어놓고 저절로 시계가 완성되어 작동까지 할 수 있는 확률처럼. 하지만 수십 억 년의 시간이라는 압도적인 스케일은 이러한 기적을 완성시켰고 생명은 탄생했다.

그가 생명의 탄생부터 이야기 한 것은 죽음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어쩌면 당영한 듯 싶다. "생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조건부터 생명체가 싸우고, 물어뜯고, 번식하고,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어째서 생명체는 결국 죽어야 할까. 저자는 생명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이야기하기 위해 생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탄생과 삶, 죽음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에 맞추어 생명체의 여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생명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죽음의 과정으로 이르는 길, 그리고 죽음이 마침내 찾아오기 전까지는 생명체 속의 모든 세포들이 각각의 사명을 가지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세포가 노화하고, 에너지를 잃고, 죽음을 맞이하고, 마침내 하나의 개체가 생명을 잃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결코 무겁지만은 않았다. 되려 유쾌하게 "생명" 자체를 조명했다. 되려 생명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알게 된 느낌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이따끔 죽음을 떠올려야 하는 듯 싶다. 죽음 앞에서 살아있음은 항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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