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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천 년 쯤 전에 외계문명의 탐사대가 지구를 찾아와서 미래에는 어떤 대륙이, 어떤 국가가 번성할 것인가 예측했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아마 중국이나 이슬람 제국 등을 손에 꼽았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청나라 말에 이를 때까지 세계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대륙이었고 이슬람 제국 또한 중동 지역 뿐만 아니라 유럽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강력한 제국이었다. 아시아의 강호를 제외하고는 발전의 속도가 너무나 더뎠던 다른 국가들을 먼 미래의 강대국으로 예측할 만한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유럽 대륙 또한 마찬가지였다. 암흑시대라 불리는 중세를 거치며 유럽은 기나긴 시간 동안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셀 수 없이 많은 민족과 국가 뒤엉켜 치열하게 다투느라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유럽은 세계사를 바꾸어놓는 거대한 역할을 맡게 된다.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대항해시대를 이끌며 세계 전역으로 자신의 문화를 전파했고, 식민지의 자원을 수탈해왔다. 과학혁명은 그 이전 수천 년 동안 이루어진 발전을 단 몇 십만에 이룩하며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어둠의 시기를 통과하던 서구 문명은 어떻게 오늘날, 지구 상의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위어드>는 서구의(Estern), 교육 수준이 높은(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한(Rich), 민주적인(Democratic) 인류 집단을 의미한다. 기독교 문화, 중세, 산업혁명 등 상당히 다양한 요인에 의해 약 1,000년 간 누적된 문화적 특성은 서구 문명의 상당수를 WEIRD라는 문화적 동질성으로 묶었고 오늘날 그들의 영향력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서구인, 그리고 서구문명을 천편일률적으로 공통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나 아프리카 문화권에 비해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서구 사회는 개인의 성과를 우선시한다. 심지어는 그 유명한 솔로몬 애쉬의 선분 실험에 대해서도 미국인의 경우 자신의 주관없이 동조하는 경향을 다른 문화권보다 상대적으로 덜 나타낸다. 그럼에도 모든 서구인들이 개인의 성과나 생각, 가치관 등을 우선시하여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이 성과중심적인 문명이라고 단언하는 것 또한 섣부른 판단이다. 다만 저자는 교회, 가족 형태 등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WEIRD한 서구 문명을 제시하고 그러한 문화적 진화가 서구 문명을 동양 문명과 비교하여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한다.
서구 문명을 서구 문명에 속속들이 녹아 있는 문화적 특성을 통해 조명한 책은 처음인 것 같다. 과학 혁명, 산업 혁명, 경제 혁명, 인터넷 혁명 등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기술적, 과학적 혁명을 토대로 오늘날 세계를 이끌 수 있는 힘을 조명한 책은 많았지만 문화적 속성을 통한 해석은 낯설다. 그리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문화적 토대 속에 서구문명이 이룩했던 수많은 혁명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구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거대한 사고와 가치관. 그속에 강력한 지배의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