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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푸른별 지구라는 말에는 지표의 대부분이 바다로 뒤덮혀 있는 물의 행성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이나 넓게 찾아볼 수 있는 초록색 나무의 행성이라는 뜻도 함께 담겨 있다.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지구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나무, 그리고 숲은 어쩌면 또 다른 우주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신비로운 세계이다. 햇빛을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에게 양분이 될 수 있는 영양소로 변환시켜주고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준다. 나무 덕분에 땅 아래는 결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생태계를 이룰 수 있고 숲 그 자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 된다. 숲을 사랑하고 숲을 평생동안 연구한 학자들에게도 그 모습을 채 일부분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풍요로운 공간.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는 평생토록 초록의 나무, 초록의 숲만 연구하며 나무의 생태계를 제 8의 대륙이라 부르는 생태학자의 책이다. 나무를 연구하기 위해 수십 미터의 아름드리 나무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숲을 내려보는 그녀는 이른바 "오르는 사람"이라 불린다. 뉴욕주라는 숲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환경에서 태어나, 동급생의 대부분이 의학전문 대학원을 준비하는 전공을 선택하여 홀로 외딴 생태학자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나무와 함께 지구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다소 생소한 나무들을 챕터마다 하나의 큰 테마로 삼으며 숲, 나아가 지구 생태계에 대한 거대한 서사시를 쓴 저자는 숲을 통해 인생을 말한다. 바다보다도 풍요로운 생태 환경을 가진 숲에서 곤충, 동물, 작은 관목, 버섯, 심지어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상 생물의 거의 모든 종류를 경험하고 관찰한 덕분에 글은 무척이나 세심하고 방대하다. 차분하고 천천히 써내려가는 에세이 속에서 지구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저자는 이러한 지구 생태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 격분하기도 한다. 그녀가 처음 숲을 만졌던 50년 전에는 기후위기와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없었지만 반세기만에 어느새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재앙이 되어버렸다. 이미 필리핀, 마다가스카르와 같은 국가는 씨를 뿌려 미래의 숲을 조성할 수 있는 일차림이 소멸되었고 다른 국가들 또한 귀중한 숲 자원을 대부분 잃은 상태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숲이지만, 우리의 후대들은 숲은 물론, 아름다운 지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아름다운 생태, 그리고 아름다운 글과 함께 지구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책이다. 지구의 진정한 미래가 초록의 생태 속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느낄 때, 인간은 물론 지구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