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한덕현.이성우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코로나19로 세계 어느 나라 할 것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묶여 있을 때 자영업자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였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자발적으로도, 타의적으로도 쉽지 않으니 식사를 제공하고, 술과 안주를 제공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입원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었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과 달리 당장의 생계수단이 끊긴 그들은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 나아가 우울증까지 앓는 경우가 생겼고 평생 해오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아티스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어딘가에 소속되어 정기적인 급여를 받는 경우보다는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가수의 경우 음원 수익보다 공연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의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많은 가수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그들 삶의 낙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인 상황에서 외부적인 요소 때문에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일은 하나의 절망이었다.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리스트 이성우 또한 같은 상황에 놓였다. 아니, 그에게는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만큼이나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큰 절망이었다. 닥쳐온 상황을 곧바로 해결해야 하는 성격인 그는 운동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는 한 의사를 만났다. 그리고 조곤조곤하지만 본인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멘토"와 함께 코로나19라는 긴긴 터널을 이겨낼 수 있었다.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와 정신의학 박사 "한덕현"가 나눈 이야기들은 무엇이었을까.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는 대화인듯, 대화 아닌듯한 재미난 방식으로 서술된 일종의 상담일지 같다. 이성우씨는 락 밴드의 보컬리스트답게 거침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툭툭 얘기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대중적인 이미지와 달리 세심하고 여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시작과 함께 빠르게 침체된 공연 시장으로 인해 아티스트들이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를 말하면서 그 또한 인생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공연을 사랑하는지를.
그리곤 한덕현 박사가 갑작스러운 단절로 공포와 절망을 안게 된 사람들의 정서를 이야기한다. 이성우씨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게 된 감정이다. 그와중에는 정말 생각도 못했던 조언과 금언들이 녹아있다. 한덕현 박사가 정신의학 분야의 박사라서, 많이 배운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아니다. 그가 오랜 시간 사람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운동선수와 같이 멘탈이 특히나 중요한 사람들과 특수한 분야에 대해 "함께" 논의했기에 쌓여온 경험들이었다.
하나의 작은 챕터마다 이성우씨와 한덕현 박사는 번걸아야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성우씨와 비슷한 입장으로 그의 입장을 조금 더 공감할테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덕현 박사의 이야기 속에서 코로나뿐만 아니라 점차 5~10년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나간다.
어쩌면 책의 제목은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닐까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세상을 살아갈수록, 머리가 굵어질수록 문득문득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답답할 때 찾아갈 수 있는 든든한 선생님을 한 분쯤 알아두면 어떨까.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