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 뇌를 스캔하는 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
존-딜런 헤인즈.마티아스 에콜트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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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볼 수 있는 별은 몇 개나 될까? 출처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백만 개쯤 된다고 볼 수 있다. 백만이라는 숫자도 가득히 큰 수인데 우주의 심연을 바라보면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수를 마주하게 된다. 수천억 개의 별을 품고 있다고 알려진 은하의 수가 또다시 수천억 개 존재하는 우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운 세계이다. 그토록 광활한 우주와 같은 곳이 우리의 몸에도 존재한다. 바로 3kg 정도의 작은 기관, 우리의 두뇌이다. 뇌를 구성하는 세포는 대략적으로 860억 개가량 된다고 알려져 있고 신경망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는 100조가 넘는다. 그야말로 우주의 축소판을 달고 다니는 인간들이다. 덕분에, 우주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듯 우리의 뇌도 파헤쳐야 할 영역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은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 뇌와 관련된 재미난 사실들을 흥미로운 '질문'의 방식으로 풀어쓰고 신경과학과 두뇌, 그리고 우리의 인지체계에 대한 미래까지 살펴보는 책이다. 의료계에서는 신경외과라 불리는 학문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공학적으로 뇌과학, 뇌공학이라 불리는 영역이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의 뇌는 많은 부분 자신의 비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두꺼운 두개골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두뇌의 특성과 관측 장비의 한계 등으로 여전히 연구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영역은 많다. 95세 이상이 되면 발병하지 않을 확률보다 발병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노인성 질환의 대표인 '치매' 등은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평생에 걸쳐 정복하고픈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기계식 컴퓨터보다 100배는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지니고 있다. 한정된 에너지로 최고의 효율을 내야만 했던 인간의 두뇌는 그야말로 효율의 극치를 자랑하는 굉장한 기계이다. 작은 메모리 칩 몇 개만 묶으면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의 수보다 많은 회로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인간이 컴퓨터의 처리 속도 등을 따라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비슷한 수의 신경세포로 비교한다면 인간은 컴퓨터의 100분의 1의 에너지를 쓰며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컴퓨터와 달리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 '창조'라는 행위가 가능한 것이 우리의 두뇌이다.

인간의 뇌는 상당 부분을 언어 영역에 할애하고 있다. '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유일한 개체인 인간은 언어를 유려하게 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나약한 신체를 지닌 채 생존하기 위해 애썼던 결과는 우리의 두뇌를 언어와 사고 영역에 특화 되도록 발전시켰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우리의 뇌는 개별적인 '자아'로 인식되기도 한다. 때문에 인간과 같이 창발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강 인공지능'의 창조는 인간을 '호모 데우스'의 단계로 올려놓을 것이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4 대 1의 압승을 거둔 딥마인드의 알파고, 체스 마스터를 격파한 '딥블루'는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의 시초이자 인공지능의 각 발전단계의 마일스톤으로도 볼 수 있다. 인간을 압도하는 인공지능이지만 알파고나 딥마인드 등 현재의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weak)' 단계에 불과하다. 계산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처리하고 방대한 양의 경우의 수를 학습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는 알고리즘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간처럼 창의적인 사고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강 인공지능(strong)'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하여 스스로 창조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걱정이 앞선다. 인류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면 어떡하냐는 두려움 말이다. 해당 질문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 연구는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이 선사하는 편의성조차도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둘러싸인 우리의 뇌를 기반으로 신경과학과 미래의 인류상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뇌와 관련된 흥미로운 오해와 사실들을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철학적인 논쟁과 기술적인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뇌'라는 어려운 주제를 탐구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관인 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인류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미래에는 더욱 현명한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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