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 수학으로 밝혀낸 빅데이터의 진실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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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글 도청 실험"은 이제는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보이는 컨텐츠였다. 여전히, 컴퓨터나 스마트폰 앞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말하는 것만으로 구글에서 관련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이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도청" 컨텐츠를 보면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이 실제로 사용자들의 말 하나하나를 "훔치는지"는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테지만, 사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다. 입이 아닌 손가락을 통해서라는 사실이 조금 다르지만 지금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들은 사실 "도청" 같은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구글 광고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쿠팡, 아마존 등 전 세계의 인터넷/모바일 사용자들은 다양한 광고에 노출된다. 광고뿐만 아니라 "지금" 사야 할 것들을 수시로 추천받는다. 정확히는 "곧" 사야 할 것들도 거의 매순간 시야 곳곳에 노출된다.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책을 구입하면 문고 사이트나 아마존에서는 왠지 해당 독자가 좋아할 것만 같은 책들을 "고민하기" 딱 좋은 5권 정도만 추천하면서 추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구글에서 "OO 지역 청약"을 검색하면 부동산 중개인 정보나 해당 지역 근처의 매물이 노출된다. 사람인 이상 클릭할 수밖에 없는 매혹적인 광고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현재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를 고용하고, 추천 알고리즘 구축에 실력 있는 개발자를 있는대로 갈아넣어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건 기업들. 생각없이 검색한 키워드와 관련된 광고가 이틀 동안 끊임없이 노출되는 시대. 그런데, 현재는 실제로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일까?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은 영국 출신의 수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저자가 "알고리즘"이 현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와 현대인이 알고리즘에 대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오해와 진실을 조명하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알고리즘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라는 생각은 떨칠 수 없지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트럼프 사건 등 알고리즘과 관련된 유명한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알고리즘 원리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알고리즘을 "컴퓨터 공학"의 관점보다는 "수학"과 "통계학"의 관점에서 접근하려 노력한다. 덕분에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개인 특화된" 추천 서비스가 여타의 책이나 매체에서 찬양하는 것처럼 놀라운 수준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도 있었다. 물론 알고리즘을 통해서 사용자를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기술력이 점차 발전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알고리즘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더 많은 오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책 자체가 알고리즘이나 통계학, 컴퓨터 공학 등 관련 지식을 거의 지니지 않는 사람에게도 쉬운 수준은 아니기에 알고리즘에 대한 오해를 푸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는 않다. 그럼에도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상당수 공감하고 생각을 바로 잡으며 흥미를 붙일 수 있을 듯 하다.

알고리즘이 "현재"를 지배하고 있느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미래에 대한 알고리즘와 거대 기업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알고리즘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거부감이 지금은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IT 기업을 중심으로 예견되는 "알고리즘의 시대"에서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렇기에, 알고리즘에 대한 아주 작은 오해부터 푸는 것이 시작되어야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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