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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이라 함은, 무언가 절대적인 진리를 그 자체에 품고 있는 단어이자 행위인 것 같다. 수학이라는 보다 단단하고 불변의 진리를 그 안에 품고서 과학 또한 사람들에게 숭고한 힘을 전한다. "사회적"이라 이야기하는 것보다 "과학적"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도 쉽게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한 방패막이 같다. 과학은 실제로 광활한 우주를 관통하는 숭고하고 단단한 사실 중 하나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다른 수많은 학문과는 달리 "진리"에 가까운 사실을 추구하기 위해 학자들이 거듭 노력한 결과 세상은 비로소 오늘날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원주율을 수십 억 자리까지 계산하고, 1mm의 수십 만 분의 1의 크기를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끝없이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 덕분이었다. 그래서 과학에는 숭고함만 가득할 뿐 추악한 욕망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과학에 얽힌 거짓된 진실은 사실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피 한 방울로 수십 개의 질병을 순식간에 진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엘리자베스 홈스는 이내 끝없이 추락했다. 스티브 잡스를 모방한 검은색 터틀넥 패션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목소리까지 낮고 두껍게 변조하며 화려한 "스토리텔링"을 내세웠다. "과학"이라는 이름에 현혹된 사람들은 더욱 중요한 "진실"과 "진리"를 보려 하지 않는 사뭇 기묘한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그녀의 회사 테라노바는 순식간에 수십 억 달러 가치의 회사에서 "무가치"한 회사가 되었고 홈스는 과학계 역사상 가장 추악하고 충격적인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단 엘리자베스 홈스와 테라노바만이 과학 스캔들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과학"이라는 단어는 실로 굉장하다. 과학계에서 벌어난 "사건"을 떠올리자면, 과학의 너무나 숭고한 정신 때문에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 쉽게 단정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과학" 또한 결국 인간의 행위이며, 인간의 정신이며, 인간 사회의 일부이다. 덕분에 과학 뒤에는 "욕망"이 너무나 쉽게 자리잡는다. "과학적인" 어떠한 행위 또한 다른 것처럼 쉽게 틀리고, 무너질 수 있지만 과학의 이름을 붙인 자들은 그 실수를 결코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욕망을 머금은 과학이 더욱 두려운 까닭이다.
<사이언스 픽션>은 과학계에 얽힌 충격적이고 신선한 스캔들을 망라하며 과학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폭로한다.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의 대부 대니얼 카너먼부터 스탠리 밀그램 등 오늘날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대학교 "전공책"을 꽉 채우고 있는 유명한 학자들의 충격적인 진실이 가득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지니고 있는 유명 학술지 등에 인용된 "저명한" 논문을 수천 편 조사해봤을 때 독자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해당 실험을 다시 반복했을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확률이 로또 당첨만큼이나 적다는 사실을. 유명 학자들의 실험 뒤에는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았다는 실험자의 "주장"과는 달리,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개입이 있었고 결과의 해석은 현 시점에서는 너무나 미심쩍은 것들이었다.
저자는 과학 또한 인간의 "일"이라 말한다. 과학 또한 주체자에게 사회적 명성을 가져다주는 사회적인 행위이며 이는 곧 인간의 지극히 사회적인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자체로 순수한 진리만을 탐구해야 할 과학의 이면에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 끼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에 무지한, 순수한 호기심을 지니고는 있지만 소위 전문가에 비하면 아는 것이 많지 않는 수많은 대중들은 욕망이 가미된 과학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거짓 정보와 어쩌면 "개소리"들이 넘쳐나는 SNS를 보는 것만 같다. 과학의 이름을 단 모든 것들은 사회적인 것들과는 다르리라 믿었던 많은 독자들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믿어왔던 그 수많은 유명한 실험들이 추악한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되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신호"와 "소음"을 가려내며 진짜 정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과학 또한 "소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려준 것이기 때문에. 덕분에 이제 우리는 과학마저도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진실을 알아내기가 더 쉽지 않겠지만, 알아내야 한다. 욕망을 품은 과학자들이 과학을 SF 소설로 바꾸기 전에.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