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우다 REːLEARN - 인생 리부팅을 위한 27가지 배움의 질문들
폴 김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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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부도 영어도 잘 못하면서 왜 미국에 가려고 하냐는 소리를 매번 들었다. 못된 친구들이 말할 때면 그러려니 넘기겠지만 친지들이 그럴 때면 도무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고 스탠퍼드에서 컴퓨터 공학과 교육공학으로 각각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스스로를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하고, 영어도 부족하다 말하지만 분명 그건 아닐테다. 그럼에도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지낸 인천 출신이 스탠퍼드에서 수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학교를 마치곤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스탠퍼드 교육대학원의 CTO를 지내기도 하고 20개가 넘는 회사에 자문을 해주는 컨설턴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세계 각국의 오지에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일주일에 2~3번씩 출장 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쯤 했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산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는 남들이 인생 2막을 걱정하는 나이에 비행기 조종간을 들었다. 막연히 도전해보고파서는 아니었다. 차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낯선 오지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 그렇게 시작된 비행 수업은 부학장이자 교수였던 그의 삶에 "배움"이란 단어를 새로이 새겨주는 벅찬 일이 되었다.

<다시, 배우다>는 스탠퍼드 교육대학원의 부학장이자 CTO이고 교육을 통해 세계를 보다 밝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 폴 김 교수의 비행 도전기이다. 간절한 배움이 인간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상 깊은 책이었다. 책을 읽는 것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취미 생활로 한번도 해보지 않은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도 모두 배움이다. 그러나 배움의 의미와 깊이는 저마다에게 모두 다르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얻어낸 배움의 방향성은 새로이 살아갈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에게는 오지에 물자와 약품 등을 공급하는 '부시 파일럿'의 모습이 인생 2막을 여는 새로운 꿈이 되었고 그렇게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늦깎이 비행 교육생이 된 것이었다.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도 실전 비행은 녹록치 않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바람과 날씨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비행에 99%는 없는 단어이다. 100%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어야 하고, 100%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비행 끝에는 안타까운 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덕분에 파일럿들은 매 순간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한다. 비행법은 물론, 비행기의 원리, 부품의 기능 등 비행의 모든 것을 새로이 새로이 공부해야 한다. 인생으로 범주를 넓혀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100%가 아니더라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지는 않을지언정, 인생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비행을 무사히 끝마치기 위해서는 분명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

덕분에 저자는 비행이라는 자유로운 유영 자체에서도, 비행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교육 공학을 전공해서였을까 그의 배움에는 다른 이에게서 볼 수 없는 진한 깊이가 느껴진다. 끝없이 배움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고, 자신이 비행을 배우려는 이유를 다시금 찾았다. 저자는 그렇게 비행 속에서 다시, 또 다시 인생을 배우게 된 것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작은 것들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고 마음은 먹지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편하다. 왜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의지는 금세 사라지고 만다. 매일같이 새로운 것을 배우며 얻을 수 있는 것들, 반대로 왜 늘 배움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본다면 배움은 우리 삶에 필연적인 단어가 된다. 그 사실을 곰곰,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가장 큰 메시지는 독자들의 마음에 연착륙한 것이 아닐까.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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