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몰려온다 - 높아지는 해수면, 가라앉는 도시, 그리고 문명 세계의 대전환
제프 구델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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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100년이 되면 최소 90cm 이상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학자에 따라서 1.5m 이상 상승할 것을 예상하기도 한다. 90cm와 1.5m의 차이는 극명하다. 살짝 젖었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집과 완전히 물에 잠긴 집이라는 차이를 낳기 때문이다. 물론 해안선에 방벽을 세우는 등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백 조 원에 해당하는 바다 연안의 부동산이 침수될 것은 변하지 않는다. <침묵의 봄>의 레이첼 카슨이 말했듯이, 인간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본능 같은 것에 의해서 바다 근처에서 많이들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황" 같은 것들이 이름 중간에 들어간 대기 오염 물질은 의외로 손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자동차 배기구에 대기 오염 절감 장치를 설치하자 곧바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에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것들은 다르다. 오늘, 지금 당장 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고 해도 이미 배출되어 있는 것들은 수십 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준다. 바다로 조금씩 스멀스멀 녹아들어가 해수를 산성화시키고 지구 기온을 높일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기후학자들은 이미 한계선을 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는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익숙하지 않은, 대응하기 쉽지 않은 재앙이다. 인간은 당장 눈 앞에 있는 물리적인 위협에만 눈을 번뜩이며 땀을 흘리지 않는가.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에 걸쳐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백년 후를 위해 지금 변화하는 지혜를 보여줄 수도 없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날이 갈수록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즉, 수만 년 전에 그러했듯 전 세계의 해안선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며 수십 억 명의 이재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물이 밀려오고 있다.

<물이 물려온다>는 어느새 "재앙"이 된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르포이다. 장차 30~50년 안에 해수면 상승이 현실이 된다면 인류는 그토록 싫어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해안선에는 부자들이 지어놓은 전망 좋은 별장이나 고가의 부동산이 가득하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대륙에는 해안선을 따라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수억 명이 살고 있는 집도 가득하다. 경제 발전을 위해 화석 연료를 양껏 사용하고 기후나 환경을 파괴해 왔는데 마침내 그렇게 쌓아올린 경제가 물에 잠기는 것이다.

그 옛날 수만 년 전 물이 지금보다 더 많았을 때가 있었다. 오세아니아나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은 물과 관련된 신화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때는 전 세계의 인구가 로스엔젤레스 시민보다도 적었을 때다. 거의 80억 명이 살고 있는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덕분에 기후 위기를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수십 년 후에는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도 독자들은 두렵게 만든다.

저자는 해수면 상승에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사례를 무척이나 상세히 써내려 간다. 조금은 과도하게 지면을 할애했다 싶을 정도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리더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탄소중립 등을 천명하지만 무언가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이미 배출된 탄소를 줄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계 문명은 대전환을 맞이할 것이다. 관련된 과학 기술은 발전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몰린다. 해수면 상승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국가나 도시는 현재의 위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몰락할 것이다. 엄청난 바닷물 앞에서는 천문학적인 가치의 부동산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기후 위기와 해수면 상승이 불러올 새로운 패러다임, <물이 몰려온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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