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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DNA - 300년 전쟁사에서 찾은 승리의 도구
앤드루 로버츠 지음, 문수혜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100만 명을 이끌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100만 명 안에 속하는가. 가장 폭력적인 세기였던 지난 20세기에는 실제로 위대한 장군들이 수백만 명의 군인을 이끌었다.
오늘날은 그토록 많은 병력이 투입되는 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편재 상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하를 통솔하는 리더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반대로 말하면 100만 명, 1,000만 명은 단 한 사람의 명령에 평생을 휘둘리며 여전히 살아간다는 말이다.
비단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회사든, 인구 30만 명의 작은 도시이든, 하다못해 아파트 공동체나 시민단체든 사람이 있는 곳에는 리더와 팔로워가 존재한다. 아마 "호모" 종의 시작부터 존재해 왔을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구조는 몇 가지 진리를 담고 있다. 따르는 자와 이끄는 자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 따르는 자와 이끄는 자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산다는 것, 그리고 이끄는 자에 따라 조직의 흥망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물리적인 폭력성이 없을 뿐 전장보다도 처절하고 참혹한 오늘날의 사회를 돌파하기 위해 몇몇 학자들은 "전쟁사"를 깊숙이 탐구한다. 인간의 가장 말초적인 본성이 드러나는 현장이며 직관적이고도 계산적인 정치학과 이해관계가 흐르는 곳.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전쟁의 영웅에게서 인류 공통의 승리 방정식을 찾는 것이다.
<승자의 DNA>는 영국의 유서 깊은 교육기관인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사 교수 앤드루 로버츠가 펴낸 전쟁 영웅들의 숨겨진 이야기이다. 그들은 가장 성공한 장군이자 가장 실패한 아이돌이기도 했다. 물론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연히 성공적인 삶을 완성한 인물도 있다. 허나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그들의 몇몇 특성은 때로는 정치적인 만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때로는 결정적인 악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폴레옹, 히틀러, 처칠, 넬슨, 아이젠하워, 대처 등의 인물들은 거대한 승리를 경험했던 인물들이다. 독자들은 전쟁터 안팎에서 보여준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무엇이 "승리"의 원동력인지, 무엇이 "패배"의 족쇄인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나폴레옹, 히틀러, 스탈린과 같은 인물들은 거대한 야망으로 세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충격에 빠뜨린 인물들이다. 허나 덕분에 참담한 말로를 역사에 전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들의 행적을 어린 시절부터 아주 상세히 추적하며 그들이 벌인 역사적인 전투의 전환점을 담아낸다. 때로는 날개를 단 듯한 상승을, 때로는 하염없는 추락을 만들었던 전투와 결정을 인물의 특성과 연관 짓는다는 점이 상당히 눈 여겨볼 만하다.
또한 나폴레옹부터 시작하여 스탈린까지 거의 연대기 순서로 진행되는 전쟁사 탐험은 최근 약 200년 동안의 주요한 역사적 연표를 짚을 수 있게 한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지난 2세기였고 책 속에 등장하는 9명의 인물들은 그러한 역사를 손수 만든 인물들이었다. 덕분에 독자들은 승자의 몸에 새겨진 DNA뿐만 아니라 역사의 판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9명 모두 역사적인 "변곡점"을 만든 인물들이다. 덕분에 9명을 모두 담기엔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지면이 사실은 조금 부족할 것이다. 때문에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이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등 특정 전쟁이 아닌 전반적인 전쟁사를 통해 역사와 인물을 한 번에 들여다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전쟁사와 인간의 투쟁 본성을 경험하고픈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처칠의 말처럼, 모든 것을 담고 있을지 모르는 역사 중 전쟁사에 특별히 심취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전쟁사로 살펴본 승자와 패자의 차이, <승자의 DNA>였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