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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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눈부신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높은 건물도, 신축 공사도, 포장 도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로마이지만 로마가 3천 년 전의 모습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로마는 이미 2천 년 전에도, 1천 년 전에도 장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였기에 도시가 아름다운 유적으로 포화되어 있었다. 로마인들은 오늘날 프랑스의 개선문의 원형이 된 기념비 같은 것들을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다시 로마를 쌓았다. 로마는 과거와 비교하면 5~10m 가량 높아졌다. 현재의 로마 또한 가장 최근의 로마일뿐 로마의 일부분일 뿐이다. 로마의 땅 밑에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같은 지도자의 숨결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묻혀 있다.

<로마시티 ROME CITY>는 그토록 아름다운 로마의 장구한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태어난 로마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3천 년을 조명한다. 로물루스 형제가 세운 자그마한 마을이 지중해의 패자가 되었고, 그리스도교의 중심이 되었다. 로마 제국이 탄생한 것은 지정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이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다 빈치, 카라바조와 같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되었으며, 로마 제국의 기독교 공인은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대한 세력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아마 또 다른 3천 년이 지나도 로마의 향기는 인류 곳곳에 머물 것이다. 실로 "영원한 도시"라 부를만하다.

그런 로마도 영광스러운 길만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대 "로마 제국"의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낸 후 로마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서로마 제국과 비잔티움 제국으로 나뉘었고 지중해를 포괄하던 드넓은 영토는 반으로 줄었다. 기독교 공인 이후 중세로 넘어간 패러다임은 교황과 바티칸, 이탈리아 반도를 둘러싼 거대 공화국의 치열한 다툼으로 대변되었다. 그 과정에서 로마는 9만 시민 중 2만을 제외한 모두가 몰살 당하는 비극을 겪기도 하고, 거의 1천 년에 걸친 전쟁으로 영광보다는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로마는 여전히 기나긴 유산을 간직하고 있었다. 기원전에 이미 화려한 제국을 꽃피웠고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을 도시 곳곳에 심어두었다. 덕분에 비록 로마의 토양은 메마를지언정 로마가 뿜는 영감의 원천은 마르지 않았다. 후대의 정치가들은 옛 로마제국을 빗대어 군주의 학문을 설파했고, 조각가들은 여전히 로마에 신에 이를 수 있는 작품을 짓고자 했다. 그토록 인류에게 소중한 로마였다.

저자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통해 도시 "로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역사, 문화, 정치, 인물 등 다방면에 걸쳐 숱한 사건들이 스쳐갔지만 로마는 결국 굳건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탄탄한 역사와 다양성이 살아숨쉬기 때문이었다. 독자들은 덕분에 복잡했던 로마사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된다. 더불어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로마의 아름다움을 마음속으로나마 흠뻑 담게 된다.

단 하나 영원한 도시, "로마". <로마시티 ROME CIT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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