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돈 - 결국 용기 있는 기회주의자가 부를 얻는다
황현희.제갈현열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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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돈에 연연하는 삶을 경멸했었다.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가지지 못해서였을까. 가진 자가 될 수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일부러 돈을 멀리하고 돈에 초연한 듯 행동했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생활비를 오롯이 벌어 쓰고 돈을 모으는 재미를 느끼고 한편으론 돈에 사람의 자존심이, 체신이, 비굴함이, 때로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돈에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없고, 돈은 중요하고, 돈을 생각하는 것 꼭 필요하다.

꽤나 오래 전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한 사람의 책이 들어왔다. "황현희"라는 인물이었다. 그렇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KBS 개그콘서트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황현희"님이 에세이도 아닌 경제, 그것도 투자 관련된 책을 썼다는 말에 사실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왜?"라는 의문을 먼저 품었던 것 같다. 저자 스스로가 서두에 밝히듯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그를 비웃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고 난 후 정신이 조금 얼얼하다. 돈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부끄러웠고 숨김없이 가감없이 돈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점이 아득했다. 상당수 다분히 맞는 말. 다만, 많은 이들이 외면했던 이야기.

<비겁한 돈>은 과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 개그맨 "황현희"님이 펴놓은 투자서이다. 사실 트레이딩 기법이나 차트 보는 법, 매매 전략 등이 나오지는 않으니 투자서라 부르기 애매할 수 있지만, 투자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전하기에 투자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한 준비를 거쳐 투자 시장에 뛰어든다면 보다 높은 확률로 돈을 거머쥘 가능성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파티가 끝난 후 머물던 사람들이 먹은 음식값만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투자에 대한 가치를 전하는 이런 책이 투자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며, "준비없이" 뛰어 "들" 사람들에겐 더욱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판에, 흐름에 올라타려 한다. 2017년 경 처음 비트코인이 폭등했을 때 너도나도 돈을 벌었다. 운이 좋게 떼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끝물에 들어가 쪽박을 찬 사람도 있다. 코인판보다는 변동성이 덜한 주식시장을 보더라도 주가가 오를 때보면 주식 시장 또한 광기에 가깝다. 그 광기의 원동력 중에는 투자에 대한 안일한 생각이 있다.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중고등학교 6년을 투자하고, 각자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또 다시 3~4년을 준비하는데 "투자"라는 말만 들어가면 한방에 다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극히 확률 게임에 의존하는 것이다.

투자 또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인생을 베팅할 만한 실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함에도 너도나도 오르는 종목에 올라타기 바쁘다. 저자는 그래서 투자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먼 이야기이며, 조바심을 갖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쉼"이라는 것을 통해서. 주식이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NFT이든 말리는 말 위에 오르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자신의 투자가 섣부르다 판단된다면 냉철히 투자에서 벗어나 더 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 먼저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의견에 대해서,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어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정말 완벽한 "쉼"을 권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자신의 주관대로 소소하게 잃고 벌며 배워 큰 흐름을 익히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

다만, 저자는 솔직하게 돈 이야기를 한다.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연예인이기에, 돈이 싫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덕분에 자신이 투자하며 경험했던 치졸하고, 뻔뻔하고, 더러운 돈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생각을 달리 만드는 구절들이 많다. 투자는 어디까지나 오롯이 자신의 몫이지만 다들 너무도 조급하게 "투자"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투자에 필요한 내공을 닦는 것이 어쩌면 투자의 시작은 아닐까. <비겁한 돈>은 내가 지금 투자를 해도 되는지, 투자할 준비가 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뼈 때리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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