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읽어드립니다 읽어드립니다 시리즈
김경일.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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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 블루가 가득한 해였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섯 명이든 열 명이든 모임을 가질 수 있었고, 제주도가 아니라 일본으로 중국으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일을 할 수 없게 된 '상실감'은 '불편함'으로 둔갑하여 사람들을 우울의 심연으로 빠뜨렸다.

2021년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 사람들의 감정이 분노로 뒤바뀐 '코로나 레드'의 시기였다.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각종 규제는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유튜브나 뉴스 포털 댓글창을 보면 이러나, 저러나 빈정대고 분노하는 댓글만이 가득했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진 사람들은 실제로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우울감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아니, 그보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현상 때문에 우리가 우울한 것이 맞을까? 우울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면 갑작스레 폭발한 분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순히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해서 올 들어 분노가 폭증하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더하여, '코로나 레드'는 어떻게 진압할 수 있을까. 코로나 레드라는 용어를 알려준 한 권의 책은 코로나 시대의 우리 사회 가득해진 불안정한 감정을 조명하며 더불어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려 한다.

김경일 교수의 "심리 읽어드립니다"이다.

 

<심리 읽어드립니다>는 양질의 지식 컨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와 함께 김경일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따뜻한 심리학 서적이다. 참 따뜻하고, 쉽게 2019년부터 이어진 불안의 고리를 설명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90분 정도 같이 시간을 보냈던 부부가 길게는 10시간 이상 함께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부부는,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있지만 엄연히 말해서 '타인'이다. 나 자신이 될 수 없다. 다만 선을 넘고 막 대하는 타인인 것이다. 덕분에 가족에게만 전할 수 있는 특유의 "무례함"과 "비상식"은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안 그래도 서먹했던 사이가 틀어진 것은 본인이 불효자여서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분기마다, 적어도 반기마다 한 번씩 갔던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각종 온라인 쇼핑 금액이 증가했다고 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몇몇 회사들은 유례없는 실적을 올렸다고 하며 블랙프라이데이는 천문학적인 매출액을 올리는 날이 되었다. 여행, 유흥 소비에 대한 반사 이익만은 아니다. 코로나에 위시하여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장 쉬운 방식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채우려 한다. '소유'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소유하여 침체된 자신의 감정을 회복시키려 하는 것이다. 충동구매를 막으려면? 저자는 가장 쉽게는 배를 채우라 한다. 나아가 '셀프 포커스' 즉, 자신에게만 치우쳐진 시야를 돌리라 한다.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밖에 바라보지 못한다. 때문에 거울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자신만이 가지지 못한 것, 자신에게 없는 것, 자신의 침체된 감정을 선명히 마주하기에. 대신, 자신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야 한다. 가령, 감사의 인사를 받는 식으로 말이다. 쌓였던 메일에 답장을 해주며 '감사'의 인사를 받은 교수는 그날 저녁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신을 채워주는 보다 근본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그 어느 때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심연의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실직, 고립, 불안, 우울 등으로 거칠어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직접적인 대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를 응용하자면 인간이 머무는 공간에는 심리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높이는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2층 침대로 향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더 낮은 것으로 느껴지는 그 천장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길어지는 고민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침대를 높일 것을 권한다. 천장을 낮출 수는 없으니 내가 올라가는 것이다. 가족과의 늘어난 시간 때문에 힘이 든다면 파티션 등으로 방 안의 방을 만들기를 권한다. 구속감보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우리의 삶과 찰떡같이 달라붙은 심리학 안내서를 읽은 느낌이다. 저자 스스로가 자신의 가족, 지인과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하고 대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영감을 전한다. 그렇게 마음이 조금 따뜻해진 독자들이 거칠고 불안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 가장 쉽고 가장 가까운 심리학 이야기, <심리 읽어드립니다>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리더스클럽 6기 자격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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