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 팬데믹 한복판에서 읽는 인류 생존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는 무엇이 있을까. 소행성 충돌, 화산 폭발? 수 km 크기의 소행성은 공룡을 지구상에서 몰아냈다고 알려졌고, 20세기와 21세기도 볼 수 있었던 대형 화산의 폭발은 실제로 지구의 온도를 1도 가량 낮추었었다. 역사를 들여다보거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만 보더라도 우주적 재앙이나 전 지구적 재앙이 인류 멸망 시나리오의 1순위처럼 보인다.
2019년은 새로운 시나리오를 추가한 한 해였다. 아니, 정확히는 옛날부터 존재했던 시나리오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한 해였다. 유니스티아누스 페스트라 불렸던 대역병과 중세의 페스트, 1919년의 스페인 독감까지 전염병은 소행성이니 화산 폭발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단어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14세기 무렵부터 시작하여 3~$차례 창궐한 페스트는 중세 인구의 절반 가량을 휩쓸었고 덕분에 중세는 '암흑의 시대'라 불리기도 했다. 스페인 독감의 치명률에 비하면 코로나19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스페인 독감은 2년 간 수천 만 명을 감염시켰고 수십 만 명을 사망케 했다. 코로나19는 소강상태에 이르렀지만, 만일 미지의 바이러스 X가 인류를 다시 한번 휩쓴다면? 발달된 의학 체계로 못 고치는 병빼고 다 고칠 수 있다 믿었던 오만한 인류는 과연 미래의 팬데믹을 예방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인류 또한 절멸의 위기를 맞이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천연두는 종식된지 40년 가까이 되었지만 인류를 괴롭힐 때만 하더라도 높은 전염력과 치명률을 가졌었다. 천연두에 쓰러진 정치인이 확실히 암살당한 정치인보다는 훨씬 많으리라. 나치의 부역자였던 프란츠 하버가 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멜서스의 저주에 실제로 빠졌을지도 모른다. 늘어나는 인구만큼 식량을 늘지 않았을테니까. 그 위대한 인간이 먹을 것이 부족하여 멸망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는 전염병, 기아, 안전장치 등 인류를 위험하게 했던 무서운 이름들과 그에 대한 인류의 지혜롭고 끈질긴 사투를 조명하는 책이다. 상당 부분은 의학에 집중하고 있다. 콜레라, 천연두 등 과거나 또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질병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발전상을 다룬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관심사들이 더 없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바이러스, 세균, 의약품의 역사를 통해 바이오산업계의 미래까지 엿볼 수 있게 된다. 더하여, 인류를 절명의 구렁텅이에 건져낸 기술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호모 종, 사피엔스라는 인류의 등장 이후 백 만 종이 넘는 생물체를 멸종시켰다. 가히 지구 최강의 살육 기계라 할 수 있다. 정작 인류는 아무런 위협도 없이 다른 종을 하나씩 쓸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인류 또한 지구라는 존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전염병, 기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류를 괴롭혔다. 허나 인류는 그 뛰어난 두뇌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우리 존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살펴보면 인류의 위대함과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인류를 앞으로 지구에 살아남게 해줄 그 고유한 속성이.
* 본 리뷰는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