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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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잘난 친구들이 많아진다. MZ 세대에 속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봐도 이제 막 대학교에 진학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들은 소위 압도적인 '스펙'을 지녔다. 나름 같은 세대 안에 속한다고 해도 더 늦게 태어난 자들이 더 잘난 존재라는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학점은 높고, 언어는 제2 외국어까지 유창하며, 자격증은 수십 개다. 그런데 더 잘난 존재들이 더 퍽퍽한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이쯤 되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 싶지만 세상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은 열심히 안 살아서 그렇다고 한다. 흠... 그런 걸까...


이른바 '부머'라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 또한 자신의 부모 세대에게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머의 부모들은 실제로 세계대전을 경험했고 대공황의 위기 속에서 수렁에 빠진 가족들을 건져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위 세대의 핀잔에도 교육보다는 기술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그럼에도 지금 기준에서는 중산층이라 불릴 수 있는 삶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시대적인 특성과 경제 발전 등 다양한 요소에 힘입었기 때문이리라. 그 뒤의 이른바 X 세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라는 버스를 탄 거의 마지막 세대였다.

<요즘 애들>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노력하지만 더 적게 벌며, 더 무기력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조명하는 책이다. 이제 60~70대에 가까워진 베이비부머나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X 세대가 일부러 밀레니얼에게 지옥 같은 시간을 선물했을까. 아마 그건 아니리라. 먼저 살아간 이들 또한 갖은 수모와 모욕 속에서 절치부심의 노력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가꾸어 왔다. 전 세계적인 경제의 대성장은 앞선 세대들의 수많은 '세상'들이 하나하나 모여 가능했던 성취였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는 경제의 한복판에서 모두가 '잘나고' 모두가 '똑똑한' 밀레니얼 세대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저자는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사회 구조적 모순을 통해 전 세계적인 시스템을 대변하려 한다.

1930~40년대에는 미국의 '백인' 남성들조차 대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10%가 채 되지 않았다. 5% 남짓에 불과했다. 오늘날 미국 학생들에게 '대학'은 애초에 선택 사항이 아니다. 학생들은 대학교를 가지 않은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더 처절하게 적용된다. 남들보다 한 단계만 더 높은 교육을 받으면 소위 '중산층'으로 가는 프리 패스가 열렸던 위 세대들은 자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주입시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학비를 자랑하는 미국의 학생들은 덕분에 막대한 부채에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준 메시지. '좋아하는 일을 하라'. 적어도 미국 사회의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정의 내리지 못하는 듯하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살려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만족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말하는 '좋아하는 일'은 항상 그들의 발목을 옥죈다. 사실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는 일조차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늘. 그뿐만 아니라 열정과 '끈기'에 대한 환상 내지는 집착은 꼭 필요한 휴식조차도 죄스러운 일로 바꾸어 놓는다. 좋아하는 일만 찾는다면 하루 24시간, 365일 내내 쉴 틈이 어디 있겠냐고!

부모 세대들의 등쌀 때문이든,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든 밀레니얼들은 점차 지쳐만 간다.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만연한 것은 그 심각성을 드러낸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배웠는데도 부모들이 이루었던 '중산층'조차 성취할 수 없는 상황에 점차 지쳐가는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 또는 '관심 상인'이라 불리는 현대의 거대한 SNS 시스템은 밀레니얼을 더 깊은 고통의 심연으로 빠뜨린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나 구글 등 각종 인터넷 매체는 알람과 피드백으로 밀레니얼을 '강박'에 빠뜨린다. 잠시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떨어져 지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껏 멋들어지게 가꾸어진 타인의 피드는 화려하기만 하다. 명품, 슈퍼카, 달마다 떠나는 것 같은 여행 등은 지쳐있는 세대들에게 좌절감을 선사한다.

'요즘 애들', 즉 요즘 세대들이 느끼는 공허함은 비단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도 젊은 층이 느끼는 박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결혼, 출산 등 인류 공통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행위와 가치들은 가질 수 없는 대상이다. 그저 몸 뉠 집 하나 얻는 게 평생의 목표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요즘 애들이 이토록 힘들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의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에 현대 사회가 근원적으로 지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비판한다. 비판의 결과로 꿈과 희망이 '미덕'인 '요즘 애들'의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지만 다시 한번 떠오르는 말.

흠....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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