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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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암피테아트룸 플라비움'. 외우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긴 이름은 로마 시대에도 오늘날에도 조금은 다르게 불리고 있다. 콜로수스 즉, '거상'이 위치한 공간이라는 뜻의 '콜로세움'으로.

콜로세움은 2천 년 전, 세계에서 아치를 가장 잘 활용하는 민족인 로마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멋진 원형 경기장이었다. 입석으로는 약 8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연극 무대'를 만들기 위해 로마인들은 기존의 '오더'라 불리는 기둥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아치를 활용했고 오늘날까지도 수백 만 명이 로마를 찾게 만드는 유산이 되었다.

물론 콜로세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실 비극에 가까웠다. 검투사들은 서로 대전을 벌이거나 맹수와 싸움을 펼쳤고 황제를 포함한 수 만의 관중은 그러한 폭력의 역사를 보며 희열을 느꼈고 정복 전쟁에서 쌓인 피로감을 풀었다. 때문에 콜로세움은 로마인의 잔인함을 대변하는 장치라 말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폭력성이 인간이나 로마인의 근원적 본성이라기보다는 당시 세계의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다 말하기도 한다.


네로는 콜로세움을 말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로마를 불바다로 만들고 잿더미 위에 자신의 향락을 위한 공간을 올렸다는 인물, 네로 황제. 그러나 네로는 후세 사람들에 의해 그 행적이 왜곡되고 각색되었다고 전한다. 특히 네로에 의해 박해받았던 그리스도교인들은 네로를 철천지 원수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복수가 완성된다고 생각했고 없는 이야기까지 만들어 네로를 욕했다. 콜로세움은 네로 황제 때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네로가 검투사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는 얘기처럼.


콜로세움은 사실 네로의 뒤에 등장한 베스파시아누스가 혼란스러워진 로마 민심을 잡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네로는 원래는 선정을 베풀던 황제이기도 했으나, 우연한 화재로 로마가 불타자 그 위에 로마와 시민들을 위해 정원 등의 공간을 꾸몄다. 허나 로마인들은 이에 분노했고 성난 민심에 상심한 네로는 폭정을 시작했다. 네로 이후 혼란스러워진 민심을 잡기 위해 베스파시아누스가 원형 경기장을 로마인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로마에는 콜로세움 말고도 훨씬 거대한 전차 경기장 또한 존재했다. 훗날 사람들은 '빵과 서커스'라는 말로 로마의 정치 체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B급 영화 같은 경기와 무료 배식되는 빵에 사람들이 정신 팔리게 만든 후 정치에는 관심을 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허나 이는 로마의 흥망의 파도와 함께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 로마의 황제들은 실제로 콜로세움과 전차 경기장에서 시민들의 마음과 목소리를 들었고 로마는 그후로도 오래도록 지속됐다. 물론 콜로세움은 반쯤 허물어진 모습으로 후대에 세월의 덧없음과 허무를 전하지만 동시에 찬란했던 과거를 연상케하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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