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흑역사는 말 그대로 지우고픈 과거다.
페이스북 인기가 한창이던 2010년대 초반, 많은 대학생들이 흑역사를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흑역사를 싸지르던 나 또한 얼마 후
눈물을 머금고 부끄러운 글을 하나씩 지웠던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던졌던 말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글들,
술 마시고 남겼던 또 다른 나의 동영상.
시간을 돌리고픈 흑역사는 누구에게나 있고
대부분의 흑역사는 그저 부끄러운 기억일 뿐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이성을 지닌 존재들.
매 순간 논리와 지성으로 빼어난 업적을 남겨온
과학자들에게도 흑역사는 존재할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과학자도 한낱 부족한 인간일 뿐이다.
이성적인 순간보다는 비이성적인 순간이 많고, 논리보다는 비논리로 세상을 살아기도 한다.
덕분에 현대인은 도서관에서, 스마트폰 안에서, 뉴스 속에서
스티븐 호킹이나 아인슈타인, 프란츠 하버 등이 저지른
충격적인 '흑역사'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술 취한 사진보다는 영향력이 컸던,
때로는 인류 과학사를 뒤흔들고, 때로는 과학자의 명성을 와장창 깨부순
'과학자의 흑역사'는 무엇이 있을까?
<과학자의 흑역사>는 천문학 / 화학 / 물리학 / 수학 / 생물학의 5가지 분야로 나누어
저명한 과학자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오류와 실수를 폭로하는 책이다.
스티븐 호킹이나 아인슈타인이 흑역사를 저질렀다고 말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은 그냥 설명해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덕분에 책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넘겨짚는 '흑역사' 백과사전이 아닌
과학의 주요한 다섯 분야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장이 된다.
각각의 인물들이 이불킥을 뻥뻥 찰 만한 오류를 범하기 전에,
어떠한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극의 반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가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학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위인들이었다.
오일러는 수학의 '위인'이 아니라 '영웅'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라부아지에는 근대 화학의 아버지가 명백히 맞다.
갈릴레이가 남긴 업적은 2021년에도 여전히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가.
위대한 인물들이 자신의 고집, 오만, 실수, 착각, 기술상의 문제 등으로
저지른 '오류'는 덕분에 극을 더욱더 짜릿하게 만든다.